족집게 애널도 모르는 엉뚱한 펀드의 세계

알다가도 모를 ‘펀드 경제학’

2012-11-05     조경만 금융컨설턴트

최근 들어 펀드 수익률이 예년 같지 않다. 안정적 수익률이 강점이던 선진국 펀드 중 일부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흥국 펀드 가운데선 기대치를 밑도는 수익률을 거둔 것도 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변동성이다.

필자가 펀드를 처음 접한 건 첫 직장인 증권유관기관에서 월급을 받던 1987년 D증권사의 BMF(Bond Management Fund)라는 상품을 접했을 때다. 지금의 MMF와 유사한 상품인데 유동성 자금을 운용하기에 적격이었다. 그 이후 투자신탁으로 직장을 옮기고 자금까지 펀드를 이용하고, 설명하고, 추천하고 있으니 25년 가까이 펀드 곁에서 서성인 셈이다.

하지만 누군가 ‘펀드를 통해 기대하는 것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느냐’고 묻는다면 스스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자신감이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엉뚱한 펀드가 성공한다.” 최근의 펀드 결과를 살펴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한국의 주식시장이야 박스권을 움직이다보니 수익률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문제는 해외펀드다. 전통적으로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기대하는 수익률을 얻지 못한다. 국가와 시장 자체가 워낙 안정적이라서다. 하지만 [표1]에서 보는 것처럼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 해외펀드에는 유럽 관련 펀드가 3개나 올라와 있다.

물론 변화가 있는 신흥국의 아시아(인도 포함) 지역 펀드가 5개로 더 많기는 하지만 선진국 펀드의 이런 수익률은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어찌됐든 흔하지 않은 결과다.

[표2]에서 보듯 금융펀드의 수익률은 이전에는 많이 나타나지 않던 결과다. 금융이란 업종이 앞에서 말한 선진국, 특히 유럽처럼 역동적이거나 변화무쌍한 분야가 아니기에 수익도 그저 그런 정도에 머물렀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해외 금융펀드가 보여주는 수익률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연초 이후 20%의 수익률을 보인 펀드가 6개나 된다. 이것도 선진국 펀드가 수익률 상위에 올라온 것처럼 의아한 일 중의 하나이다.

이 두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필자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수익을 얻으려 투자하는 펀드상품은 현재를 생각하면서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2008년부터 전 세계를 시끄럽게 하는 뉴스가 미국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다. 지금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고 쉽게 풀어질 것 같지 않은 숙제다. 또한 우리는 그동안 유럽 재정위기가 안겨준 세계경제의 변동성을 지켜봤다. 바로 이것이다. 그 변동성 안에 답이 있다. 수익은 변동성이라는 단어 안에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각국의 재정위기가 유럽을 흔들었고, 그 파급효과로 금융시장이 출렁했기 때문에 이전과 다른 펀드 수익률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확실한 것을 좋아하지만 미래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에서 얻어지는 수익도 좋아한다. 다만 두려움이 있을 뿐인데 망해서 휴지로 버려질 정도가 아니라면, 다시 말해 언젠가는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기다릴 수 있는 사람에게 권할만한 것이 바로 투자다. 이런 투자 상품의 생리를 점점 깊게 이해하게 된다면 아마도 자신의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불확실성이 있는 상품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