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센터 10만개 시대, 출혈경쟁의 서막
피트니스 센터 빛과 그림자
전문가에게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고 닭가슴살을 먹으며 건강한 몸을 만든다. 요즘 밀레니얼세대에겐 운동으로 자신을 가꾸는 게 자기표현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정착하면서 운동으로 몸을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도 부쩍 늘어났다. 국내 피트니스 센터가 10만개로 훌쩍 늘어난 배경이다. 그렇다면 피트니스 센터 업계는 정말 호황을 누리고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피트니스 센터의 빛과 그림자를 취재했다.
직장인 김소현(29)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잠시 접었던 ‘바디 프로필’을 다시 준비하기로 했다. 김씨는 당초 건강한 몸을 만들어 사진으로 기록하는 바디 프로필을 올해 목표로 정했었다. 이를 위해 피트니스 센터에서 PT(personal training)를 받고, 식단 조절도 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잠시 중단했다. 김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만큼 다시 운동을 다니면서 몸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건강관리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정착한 이후엔 퇴근 후 여가시간에 운동을 하는 직장인도 부쩍 증가했다. 당연히 건강관리에 투자하는 비용도 크게 늘어났다. 피트니스 센터 등록비용이나 운동용품 구입 등에 쓰는 체육활동 경비(이하 문화체육관광부·월평균)는 2017년 5만6755원에서 2019년 7만8214원으로 2년 새 37.8 % 증가했다.
이른바 ‘덤벨 이코노미(Dumbell economyㆍ운동 등 건강과 체력관리를 위한 소비가 늘고 관련 시장이 크게 호황을 누리는 경제 현상)’가 자리 잡고 있다는 거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잠시 주춤했지만, 덤벨 이코노미 시장은 여전히 성장세라는 분석이 많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피트니스 센터는 9만9000여개(행정안전부ㆍ2020년 7월 기준)에 달한다. 2010년 피트니스 센터가 6만3000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새 57.1% 늘어난 셈으로, 인구 10만명당 1.9개꼴이다. [※참고 : 이는 체력단련장업으로 등록하는 헬스장·태권도장 등을 대상으로 한 통계다.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필라테스·요가원 등을 포함하면 관련 업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점은 피트니스 센터의 폐업률이 다른 업종 대비 낮다는 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는 커피전문점이나 식당 창업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피트니스 센터의 평균 폐업률(당해 폐업 매장 수÷전년 매장 수)은 7.7%로 PC방(15.7%), 커피전문점(14.4%), 제과점업(11.0%)보다 낮았다. 평균 영업기간도 2010년 7.5년에서 지난해 13.5년으로 6년이나 늘어났다(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덤벨 이코노미 활짝
오상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피트니스 센터는 운동 관련 전문지식이 필요한 만큼 진입장벽이 높다”면서 “회원제로 운영되는 특성상 다른 업종 대비 영업기간이 길고 폐업률이 낮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피트니스 센터 업계는 정말 ‘남다른 호황’을 누리고 있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무엇보다 매장 규모가 330~661㎡(약 100~200평) 이상으로 넓은 데다 고가의 헬스기구 등 투자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녹록지 않다.
더스쿠프가 공정거래위원회(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등록된 피트니스 센터 업체 중 가맹점 수 상위 8개 업체(커브스코리아ㆍ스포애니ㆍ바디채널ㆍ피크바이짐ㆍ랩휘트니스ㆍ제로키니ㆍW필라테스ㆍ핏플러스휘트니스)를 분석한 결과, 평균 창업비용은 1억~6억원으로 나타났다.
제과점업(1억1690만원), 커피전문점(1억988만원), PC방(1억6693만원) 평균 창업비용 대비 높은 수준이다. 반면 내실은 탄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 중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한 업체는 2곳에 그쳤다. 나머지 4개 업체는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산출 불가 업체는 2곳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홈트(홈트레이닝)’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피트니스 센터엔 부담 요인이다. 글로벌 운동복 브랜드 ‘룰루레몬’이 미국 홈트레이닝 플랫폼 업체 ‘미러’를 5억 달러(약 5700억원)에 인수(6월)한 건 이런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정희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피트니스 센터 업계에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접촉을 부담스러워하고 안전을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만큼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늘어나는 ‘홈트족’을 유인하는 게 피트니스 센터의 과제가 된 셈인데 문제는 또 있다. 출혈경쟁 가능성이다. 최근 들어 피트니스 센터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단지 내에 피트니스 센터를 갖추는 신규 아파트가 많은 데다 정부도 나서 피트니스 센터를 건립하고 있어서다. 모든 국민의 ‘10분 거리’에 체육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운 정부는 2022년까지 생활밀착형 국민체육센터 114개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에서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 중인 김승환(40)씨는 이렇게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입지가 좋으면 피트니스 센터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건물마다 피트니스 센터가 문을 열고, 주거지역에도 헬스장이 들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차별화된 경쟁력 없인 살아남기 어렵다.” 피트니스 센터 10만개 시대의 빛과 그림자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el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