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율 무시하고 포용치 말라
김성회의 리더학개론
2012-10-30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냉정과 온정, 이 두 요소를 겸비하지 못한 리더는 부하를 성장시키기 힘들다. 온정 일변도의 조직은 해이하고, 공포 일변도의 조직은 위축된다. 둘 다 구성원의 일할 맛을 잃게 한다. 규율이 없이 좋은 조직을 만들기 힘들다.
당신은 따뜻한 리더인가, 차가운 리더인가. 이 질문에 당신이 해야 할 이상적 대답은 ‘둘 다’이다. 진정으로 강한 상사는 냉정과 온정의 양면성을 띠는 아수라 백작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일사불란한 군기로 조직체계를 구축하되, 직원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휘어잡을 줄도 안다. 냉정과 온정의 관계가 ‘선택(or)’이 아니라 ‘양립(and)’으로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한 경영자는 “인간적인 것이 성과향상과 유지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인간적인 것’은 ‘친화형 리더십’과는 다르다. 그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 나태한 직원을 개조하고, 그래도 안 되면 해고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적인 경영의 요체라고 말한다. 탈락한 직원들 역시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찾을 기회를 하루라도 빨리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세영 서강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이기고 시작하라」에서 좋은 리더의 양면성을 세종대왕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세종대왕이라 하면 왕의 치적을 찬양하는 용비어천가만 울려 퍼졌을 것 같지만, 사서를 살펴보면 오히려 곤장을 치는 철퍼덕 소리가 전국에 메아리쳤다고 한다. 바로 관내에 굶는 백성이 없게 하라는 어명을 어긴 수령들이 볼기짝을 맞는 소리였다.
당신은 술자리에서 부하가 당신에게 핵폭탄급 주사를 늘어놓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술자리 일이라며 그냥 허허 웃어넘기겠는가, 아니면 상사에게 무슨 짓이냐고 멱살을 틀어쥐겠는가. 전자라면 규율이 무너질 것이 걱정이고, 후자라면 속 좁은 상사라는 뒷담화를 들을 테니 진퇴양난 아닌가.
오명 웅진에너지 회장이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재임하고 있을 때다. 함께 술자리에서 있었던 한 과장이 “오명 장관!”하고 맞먹을 태세로 주사를 부렸다. 주위의 만류에도 그 과장은 마이크를 놓지 않고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다음 날 아침 해당 과장의 상사인 차관이 헐레벌떡 와서 해명하느라 진땀 빼고 있을 때, 오 장관은 거두절미하고 “과장, 책임국장, 차관 모두 사표 받아” 한마디만 던졌다. 그는 이 세장의 사표를 책상 서랍 속에 보관해뒀다. 언제 사표를 수리할지 모르니 당사자들이 긴장하는 것은 물론이요, 이 사건 이후 조직에서 술 마시고 해롱거리는 일이 완전히 사라졌다.
알고 보니 그 과장은 술자리에서 실수를 하긴 했지만 능력이 걸출한 인물이었다. 오 장관은 이 일이 있고 난 두 달 후에 그 과장을 국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사표를 돌려주며 한마디 했다고 한다. “지난 번에 자네 사표를 처리하려 했는데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하니까 특별히 봐줬네.”
유능한 상사의 감동은 막연한 선의, 규율을 무시한 포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밀고 당기고, 조이고 풀고, 병 주고 약 주고의 양수겸장에서 나온다. 냉정과 온정, 이 두 요소를 겸비하지 못한 리더는 부하를 성장시키기 힘들다. 온정 일변도의 조직은 해이하고, 공포 일변도의 조직은 위축된다. 둘 다 구성원들의 일할 맛을 잃게 한다. 규율이 없이 좋은 조직을 만들기 힘들다.
강한 상사가 되고 싶은가. 조직의 기강부터 제대로 잡아라. 리더 본인부터 앞장서 지키고, 냉정과 온정이 어우러질 때, 상사의 ‘포스’는 저절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