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시장에 대기업 자본 침투한다면…

한필순의 易地思之

2012-10-25     더스쿠프

일자리 창출 여력이 떨어지면서 상위 20% 고소득층이 보유한 금융자산이 하위 20% 저소득층보다 70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 46배에서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일자리 창출 부족→소득 격차 확대→자산 불평등 심화’로 연결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0월 5일 한국재정학회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이명박 정부의 재정정책 평가와 차기 정부의 재정개혁 과제’를 주제로 재정학 공동학술대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논문 등을 발표했다.
경제성장에 비해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과거에 비해 매우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용없는 성장 ‘심각’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논문에 따르면 성장이 고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는 고용탄성치(고용 증가율/GDP 증가율)는 김대중 정부 0.517에서 이명박 정부 0.003으로 하락했다. 이는 김영삼 정부 0.294, 노무현 정부 0.237보다 낮은 수준이다.

강병구 교수는 “현 정부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일자리 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고용 하락을 방지하는 데 성공했다”면서도 “그러나 큰 효과는 없어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자리 창출 여력이 떨어지면서 상위 20% 고소득층이 보유한 금융자산이 하위 20% 저소득층보다 70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 46배에서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일자리 창출 부족→소득 격차 확대→자산 불평등 심화’로 연결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소수의 집단이나 개인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말이다. 상위 20% 고소득층의 사회적 책임이 도외시 되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상위 20%의 고소득층은 (개인이든, 회사든) 더 많은 부를 축적하거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전문적인 기법을 적용해 고용의 최소화를 꾀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굳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이런 현상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이 혁신적이지 못할 경우 국가경제가 파국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상위 20% 고소득층의 구성을 보면 법인의 경우 대부분 제조ㆍ건설ㆍ금융ㆍ유통분야다. 거듭 강조했지만 이런 업종에서는 더 이상 부의 공정한 배분과 고용증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업종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창의와 도전을 거부하고 능률과 복종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 만큼 고용은 증가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4대강 공사를 보라. 모든 것이 장비로 움직이는 건설현장에 고용인력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증가하겠는가. 일부 대기업 건설업체의 배만 부르지 않겠는가.
미국•독일 등의 선진국들은 오래 전에 이런 문제의 핵심을 알고 있었다. 다양한 산업의 정책개발과 적용을 통해 국민의 일자리 창출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를 하고 있다.

제조ㆍ건설 공정분배 어려워
서비스 산업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이제 서비스 산업에 관심을 둬야 한다. 그중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지식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할 때다.

서비스 산업을 키우는 데 성공한다면 영화, 엔지니어링(소프트웨어ㆍ건설ㆍ토목 등), 의료, 출판 등 각종 분야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더 나아가 수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서비스 산업까지 대기업이 장악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고용 없는 성장은 반복될 가능성이 커지고, 그러면 일자리 창출의 해법은 또 다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자본이 서비스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