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법인차로 출퇴근하는 당신들의 죄

유명무실한 법인차 등록 기준

2020-07-09     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정덕 기자

포르쉐ㆍ람보르기니ㆍ롤스로이스ㆍ벤틀리 등 수억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수입차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법인차로 등록하면 구입비와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차로 등록해 놓고 자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이는 엄연한 탈세 행위다.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됐던 자동차 내수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동차 시장 월간 동향’을 보면 지난 5월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16만8778대로, 전년 동기 대비 9.7% 늘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량이 57.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차량 공유보단 차량 소유를 권장하는 최근의 분위기와 다양한 장려정책이 맞물려 효과를 낸 셈이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부쩍 높아진 수입차의 인기다. 지난해 5월 대비 올해 5월 국내 브랜드 자동차의 판매량은 9.2%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수입차 판매량은 무려 19.1%나 늘었다. 

그중에서도 고가 수입차의 판매 증가율이 유독 두드러졌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7.5%, 45.0% 증가했고, 심지어 수억원을 호가하는 포르쉐,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벤틀리의 판매량도 각각 393.8%, 520.0%, 41.7%, 114.3% 늘었다.  

다소 의아한 결과지만 사실 고가의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를 구매하려는 수요는 이전부터 많았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연간 신차 판매량이 170만~180만대에 불과한 작은 시장을 주목해온 건 그만큼 시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억원대의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이유는 뭘까. 답은 ‘법인차’에 있다. 회사 오너가 수입차를 법인차로 등록하면 구입비부터 보험비ㆍ수리비ㆍ유류비 등 일체 비용에 관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법인차를 업무용으로 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신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거나 오너 가족이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10~20대 자녀가 부모의 고가 수입차를 끌고 나와 문제를 일으켰던 이슈도 이런 사례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법인차로 등록하고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건 탈세나 다름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막을 만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반면 선진국에선 법인차 등록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은 출퇴근 시 법인차를 이용해선 안 된다. 회사 임직원이 업무용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보험에도 가입돼 있어야 한다. 사용자ㆍ사용시간ㆍ사용목적 등 일지를 적는 기준도 엄격하다. 심지어 차종이나 가격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싱가포르는 더 심하다. 법인차라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 법인차가 편법으로 악용되는 걸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법인차 등록 강화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7~8년 전이다. 해외 선진 사례를 참조해 언론에서 다양한 분석을 내놨고, 필자도 자문을 맡았다. 국내 처음으로 법인차 등록 기준을 강화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강화된 법인차 등록 기준엔 일지를 작성하는 것 외에 별다를 게 없었다. 그마저도 선진국 수준의 엄격한 기준은 없었다. 

현재 국내에서 2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는 대부분 법인차라고 한다. 법인차는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이동수단이다. 임직원들이 수억원 상당의 수입차를 사용해야 할 이유는 없다. 법인차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활용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일반 대중차로만 법인차를 등록하고, 출퇴근을 금지하는 등 선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들의 위화감은 커지고, 정부와 입법부를 향한 신뢰는 떨어질 것이다. 법인차의 등록 기준 강화가 시급한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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