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부터 원칙을 칼같이 지켜라

김성회의 리더학개론

2012-10-23     김성회 CEO 리더십연구소장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상사인 나는 열외고, 부하들에게만 엄격히 적용하는 이중적 잣대는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기는커녕 불만을 쌓이게 한다. 리더의 감정이 아니라 규율과 법칙으로 조직을 창조적이고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라.

조직의 기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상사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가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싶다면, 먼저 리더부터 칼같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리더가 말로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행동으로는 적당히 타협하고 자신은 열외임을 주장할 때, 조직의 기강은 무너지고 상사의 리더십은 지하로 숨어버린다. 리더부터 지키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은 “너나 잘하세요”라며 존경과 신뢰의 문을 닫아버린다.

리더가 개인적으로 좋든 싫든, 조직에서 하기로 했으면 적극적으로 모범을 보여라. 백번의 구호와 호통보다 한 번의 시범이 부하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야성미의 상징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가 침체의 늪에서 부활해, 전성기 때의 판매고를 회복하는 데 기폭제가 된 것은 CEO가 직접 이 오토바이를 애용하는 모습이었다. 자기는 싫으면서 부하에게 좋다고 권유하면 절대 하지 않는다. ‘그렇게 좋은 거면 당신이나 하지, 왜 우리에게만 하라는 거야’ 하지 않겠는가.

얼마 전 CEO 모임에서 스케줄 공유의 투명도가 이야깃거리로 올랐다. 그때 내가 놀랐던 것은 많은 경영자가 임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환히 꿰고 싶어 하면서, 정작 자신의 스케줄은 공개하기 싫어하는 이율배반성이었다. 한마디로 “사장의 일정을 임직원들이 알아서 뭐합니까”라는 반응이었다.

리더는 조직의 기수旗手다. 기수의 움직임에 따라 조직이 움직인다. 당신에게 언제 찾아가서, 언제 보고하고, 언제 회의를 열면 되는지 ‘미지수’로 남겨둔 채 구성원만 일과 조직에 한결같이 몰입하는 ‘상수常數’가 되라고 몰아붙이지 말라. 적어도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언제인지는 밝혀야 부하들이 그 시간에 맞춰 업무보고를 준비하지 않겠는가.

상사인 당신이 직원에게 원하는 만큼, 당신도 직원에게 공개해야 한다.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 그것이 드러났을 때 오히려 자랑스럽고 직원들에게 격려가 된다. 부하가 하길 원하면 상사인 당신부터 먼저 하라.

리더의 솔선수범에 따른 성과 차이는 역사에서도 증명된다. 인사•조직 컨설팅 전문업체인 타워스페린의 박광서 사장은 “우리 역사를 보더라도 왕이 전장을 누빌 때가 가장 영토가 넓었다. 바로 고구려 시대다. 리더가 직접 나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 리더십”이라 강조한다.

최근 단기간의 급성장으로 주목받는 CEO 전문 교육기관이 있다. 이들의 성장비결은 바로 성과에 대한 투명한 평가와 가치관 공유에 있다. 그들은 일주일마다 열리는 정기 조회와 문자, 메일로 강사진의 강의점수를 공개한다. 물론 이 기관의 수장인 C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날이었다. C회장의 강의 평점이 2점대인 평가표가 나왔다. 회장이 자칫 강사평가에서 꼴지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실무자는 점수를 상향 조작했다. 얼마 후 그 사실을 알게 된 C회장은 “당신이 우리 회사를 망칠 작정이냐”며 노발대발 야단을 쳤다.

그는 “규율은 세우기 어렵고 오랜 세월이 걸리지만, 리더의 묵인으로 한번 무너지면 순식간”이라며 공개적으로 게시판에 올려서까지 경계했다. 그의 말대로, 리더가 나서서 위반하지 않더라도 묵인하는 것 자체로만으로 조직의 기강은 해이해지게 돼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상사인 나는 열외고, 부하들에게만 엄격히 적용하는 이중적 잣대는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기는커녕 족쇄가 돼 불만만 사게 한다.

리더의 감정이 아니라 규율과 법칙으로 조직을 창조적이고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라. 단호한 규율준수와 예외 없는 일벌백계로 군기를 확립하라. 그 같은 시범만이 고성과를 내는 승리의 리더십을 구현할 수 있다. 직원들이 “우리 회사는 사장님도 이 원칙을 어기면 해고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 강한 규율은 확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