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Lab] 부도 탓에 월급이… 소비 어찌 할까요?
40대 맞벌이 부부 재무설계 上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기업 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 안팎에서도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거의 모든 가계에 공포감을 줄 만한 변수다. 소득원 중 한명이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거나 다니는 회사가 부도나면 소득이 아예 사라지기 때문이다. 급작스러운 상황인지라 소비를 줄이기도 힘들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의 40대 맞벌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한영희(45세·가명)씨는 매주 서점에 들러 책을 산다. 매일 아침 책에 실린 글귀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일주일에 책 한권은 뚝딱이다. 한씨가 고르는 책은 대부분 부동산 재테크 정보나 부자들의 성공담이다. 읽은 책의 내용은 독서 모임에서 나눈다.
인터넷 재테크 카페에서 활동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 만든 모임이다. 책 내용을 공유하는 것 외에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는지 등의 이야기도 자주 한다. 한씨는 한 회원의 권유로 지금까지 만들어본 적 없던 적금도 시작했다며 모임을 만든 걸 자랑스러워했다.
모임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매주 토요일엔 부동산을 보러 현장조사를 다니고,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낸다. 한씨는 부지런히 살다 보면 언젠간 돈에 쪼들리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한씨의 삶은 부富와 거리가 멀다. 월소득은 220만원.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남편 윤상현(49세·가명·월소득 110만원)씨보단 많지만 충분하진 않다. 윤씨가 처음부터 파트타임 일을 한 건 아니다. 다니던 회사가 갑작스럽게 망해 급한 대로 파트타임을 시작했다.
부도란 돌발변수로 소득이 줄다보니(남편 월소득 450만원→110만원), 부부는 돈에 쪼들리기 시작했다. 쪼그라든 소득에 맞춰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부부는 변화에 적응하질 못했다. 두 아이(16세·15세)의 교육비도 건드리긴 어려웠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느낀 건 부부의 문제가 돈뿐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한씨는 자신보다 돈을 적게 버는 윤씨를 은근히 무시하고 있었다. 남편 윤씨도 돈 문제로 상당히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상담이 수월하지 않았다. 상담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정확한 소득과 지출을 알아야 하는데, 부부가 이를 공개하길 꺼렸기 때문이다. 가계부를 쓰는 것도 이번 상담이 처음이라고 했다.
필자는 부부에게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부부가 마음을 터놓지 않으면 재무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매월 서로의 수입·지출을 공유하고 함께 가계부를 작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건넸다. 가계부를 쓰는 습관을 들이면 자신의 지출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어느 부분에서 불필요한 돈이 새나가고 있는지도 바로 알 수 있어 반드시 작성할 필요가 있다.
그럼 한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소비성 지출은 임대료 20만원, 공과금 16만원, 비데·정수기 렌털비 5만원, 식비 포함한 생활비 71만원, 유류비·교통비 26만원, 통신비 23만원, 용돈 총 44만원, 자녀 학원비·교재비 64만원, 교회 헌금 40만원, 보험료 24만원, 대출이자 3만원, 한씨의 도서 구입비·모임비 25만원, 의료비 2만원 등 363만원이다.
비정기지출은 연간 명절·경조사비(45만원), 의류비(60만원), 미용비(20만원), 자동차 유지비(115만원) 등이다. 총 240만원으로 월평균 지출은 20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은 최근 한씨가 들어 놓은 적금(3만원)이 전부다. 부부는 386만원을 쓰고 매월 56만원씩 적자를 내고 있었다.
문제가 많았다. 3년 뒤 지금 살고 있는 임대주택(보증금 3000만원)에서 나가야 하지만 부부는 이사 비용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부부가 두 자녀에게 투자하는 비용도 상당했다. 학원비·교재비에만 월 64만원을 쓰는데, 부부 소득의 20% 가까이 지출하는 셈이었다. 남편이 실직하면서 소득이 줄었지만 한씨는 아이들의 교육비만은 손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회 헌금(40만원) 액수가 적지 않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지금까지 상담을 하면서 종교와 관련된 비용은 전적으로 고객의 의견을 따랐다. 하지만 이 부부에겐 헌금이 과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전달했다. 소득이 330만원에 불과한 부부에게 40만원은 큰돈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교회에 애착이 깊은 한씨가 반대했지만, 결국 헌금 액수를 조금 줄이기로 동의했다. 앞으로는 소득의 10분의 1만 헌금하는 ‘십일조’만 챙기기로 했다. 따라서 헌금은 40만원에서 33만원으로 7만원 줄었다.
다음은 통신비(23만원)다. 특이한 점은 남편 윤씨의 스마트폰 요금제가 윤씨 용돈(20만원)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었다. 집에 TV는 없고, 3만원짜리 인터넷을 쓰고 있었다. 다시 말해 아내 한씨와 자녀들이 스마트폰 요금제로 매월 20만원씩 쓰고 있다는 얘기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씨가 10만원(기기 할부금 포함), 두 자녀 10만원 등 꽤 비싼 요금제를 쓰고 있었다.
속도 제한이 있긴 하지만 요즘은 데이터를 모두 사용해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요금제가 많다. 한씨와 자녀들의 통신비를 해당 요금제로 바꾸기로 하면서 통신비는 23만원에서 12만원으로 11만원 줄었다.
마지막으로 생활비(71만원)도 줄였다. 카드사용 내역을 살펴봤더니 아내 한씨가 커피값으로 쓰는 금액이 상당했다. 주로 직장동료들과 스트레스를 풀거나 외근을 나갔을 때 마시곤 하는데, 계산해 보니 밥값보다 많았다. 커피 마시는 횟수를 크게 줄여서 식비를 좀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식비는 71만원에서 51만원으로 20만원 절감됐다.
가벼운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부부는 헌금(7만원)·통신비(11만원)·식비(20만원) 등 38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부부의 적자도 56만원에서 18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적자를 모두 복구하진 못했지만, 소득이 33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38만원이나 절약한 건 큰 성과다. 또 어떤 지출항목을 줄일 수 있을지는 2차 상담에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