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등급 아전인수격 해석
정영주의 쓴소리 바른소리
2012-10-11 정영주 더스쿠프 회장
말을 바꾸면 빌려가는 돈에 대한 ‘차주의 변제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국가신용등급을 매기는 것도 같은 논리로 설명된다. 특정국가에 대해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한 돈의 변제능력을 평가해주는 것이 국가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국가신용등급이란 국가의 채무 이행능력과 그 의사 수준을 표시한 등급’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에 의해 잇달아 상향조정된 가운데 어떤 한 평가사에 의해서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무디스(Moody’s)는 지난 8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상향조정하고,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무디스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매기기 시작한 이래 최고의 등급 및 전망이며 IMF외환위기 직전수준(A1)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정부당국에서는 이에 대해 아전인수식 장밋빛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가신용평가등급의 격상과 관련, 한 공식연설에서 “지난 수 년 동안에 우리는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이제부터는 더이상 남을 따라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이는 무디스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명실상부한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한 술 더 떠 “진정한 MB노믹스의 성과”라고 격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이런 시각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토건정부의 전형적 아전인수식 자화자찬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MB노믹스의 진정한 성과가 되기 위해서는 현행 국제신용등급 평가의 공정성을 보장해 줄 두 가지 선행조건이 검토돼야 한다.
첫째, 무디스를 포함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지금까지 해온 신용평가가 객관적 기준에 따른 공정한 평가였는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이들은 세계 신용평가시장에서 자사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평가수입을 늘이기 위해 치열하게 전세계 시장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회사들이다. 이들에게 공정성을 기대하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지난 1997년 우리나라의 IMF외환위기 직전, 무디스가 우리나라에 매긴 국가신용등급은 A1이었다. 그러나 97년말 구제금융이 결정되기 직전에는 순식간에 국가신용등급이 무려 6단계 추락했다. 한꺼번에 투자부적격 등급인 Ba1까지 내려갔다. 평가등급의 하락에 따라 외환위기가 왔다고 하기 보다는 외환위기 때문에 평가등급이 추락했다.
둘째는 신용평가시장이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평가회사들은 평가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평가자료가 필요한 ‘돈을 빌리는 주체’로부터 받는다. ‘돈을 빌리는 주체’에 대한 평가를 ‘돈을 빌리는 주체’로부터 받는다는 사실이야 말로 그 평가결과에 대한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평가가 아니라 돈을 빌리는 주체, 즉 자본과의 협상 결과가 신용등급”이라고 말한다. 이런 신용등급을 놓고,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성큼 다가갔다”느니, 또는 “진정한 MB노믹스의 성과”라고 말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한심한 말장난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