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식은 빨리 솔직하게 말하라

[김성회의 리더학개론]

2012-10-08     김성회 CEO 리더십연구소장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 다시 말하자면, 리더의 능력은 위기에 빛난다는 뜻이다. 평상시에는 평범한 리더와 비범한 리더의 능력이 고만고만해서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위기 시에 리더의 능력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위기야말로 바로 리더십 역량이 고스란히 평가되는 ‘진실의 순간’이기도 하다.

오부관언吾不關焉하며 천하태평이면 무책임해 보이고, 우왕좌왕하면 부하들이 불안해하고, 우두망찰 어찌할 바 몰라 넋 놓고 있으면 부하들은 불신한다. 자, 위기의 ‘쓰나미’는 닥치고, 직원들은 한없이 불안해하며, 고객의 재촉은 빗발치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많은 상사가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혼자 걱정을 떠안고 고민하는 것이다. 급기야 진퇴양난 궁지에 몰려서야 사실을 공개하거나, 아니면 조금씩 흘린다. 위기를 전달하는 방법으로서는 악수惡手다. 예전에 망나니가 사형수의 목을 벨 때, 사형수의 가족들은 망나니에게 ‘급행료’라는 것을 주면서 사형수의 목을 슬근슬근 베지 말고 단칼에 내리쳐달라고 부탁했다. 슬근슬근할수록 당사자에게 큰 두려움과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나쁜 소식일수록 포 뜨듯 나눠 전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한꺼번에 전하라. 혹시라도 위기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면 부하들이 동요하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부하들은 위기 그 자체보다 불확실한 상황을 더 두려워한다.

워렌 버핏은 조직에서 성공하려면 두 가지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하나는 오너처럼 생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쁜 소식을 빨리 말하는 것이다. 페덱스의 창업자 프레드릭 스미스 회장도 “직원들을 적이 아닌 동지로 생각한다면, 그들을 돌보는 최선의 방법이 설령 나쁜 소식일지라도 진실을 알려주는 것임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직원들이 바짝 정신차리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 위기라고 막연히 짐작하는 것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불안한 분위기만 모호하게 조성하지 말고 정확하게 데이터를 접하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도대체 우리더러 뭘 어쩌라는 거야”라며 불만은 불만대로 쌓이고 몸 사리기에만 급급하게 된다.

직원들이 알아봤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지레 판단하지 말라. 바로 그런 장막 치기가 직원들의 적극적 참여의식과 고통분담의 의지를 꺾는다. 투명하고 신속한 소통은 직원들의 불안 심리를 완화시켜줄 수 있다.
조직 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특히 투명한 소통이 필요하다. 리더와 직원들은 대화라는 수단을 통해 회사와 개인, 공동의 이해를 위해 앞으로의 상황을 예상하고 진단할 수 있다. 이는 해결책이라는 생산적 결과를 가져다준다.

알다시피 위기일수록 ‘카더라 통신’이 판치기 쉽다. 시간이 지나면서 루머가 근거 없는 뜬소문이 아니라 사실로 밝혀질수록 조직 분위기는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어차피 알려질 것, 숨기지 말고 루머의 진위 여부, 위기의 적확한 정도를 확실하게 말해라. 우리 회사의 소식을 언론이나 한 다리 건너 제 삼자를 통해 듣게 하지 마라. 위기에 따른 비용 절감과 인원감축 조치가 불가피하다면, 그 배경과 기대 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라. 그래야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직원들은 리더를 믿고 따를 수 있다.

팩트는 한꺼번에 전해야

파부침주破釜沈舟와 해하가垓下歌. ‘파부침주’는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싸움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한 굳은 결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진나라를 치기 위해 거록으로 출병한 항우는 전군을 이끌고 장하를 건넌 후에 배를 모조리 침몰시키고는 그것으로도 모자라 단 사흘치의 식량만 남긴 채 모든 그릇을 깨뜨리고 군영을 불태워버리도록 했다.

필사의 각오로 전투에 임하자는 뜻이었다. 과연 병사들은 출진 명령과 함께 무섭게 적진을 향해 돌진했고, 결국 9번을 싸워 9번을 이겼다. 반면 ‘해하가’는 항우가 해하에서 한나라 고조에게 포위됐을 때 형세가 이미 기울어져 앞날이 다한 것을 슬퍼하며 지은 노래다.

같은 리더인데도 위기에 직면한 자세가 천양지차다. 파부침주를 단행한 거록에서는 기개가 넘치는 반면, 해하가를 부른 해하에서는 좌절의 애조가 넘친다. 항우가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했건만, 때가 불리해 준마도 달리지 않으니 어쩌면 좋단 말이냐, 어쩌면 좋단 말이냐” 하며 탄식할 때는 파부침주를 결단했던 이와 같은 인물이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애절하기 그지없다.

항우가 위기상황에 대면해 패배했다고 스스로 재도전의 의지를 잃고 좌절하자, 부하들은 산지사방 흩어졌고 패배는 기정사실화될 수밖에 없었다. 위기와 역경에 임하는 리더의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항우의 자신감 넘치는 ‘파부침주’는 닛산자동차의 CEO 카를로스 곤의 ‘불타는 갑판론’을 연상시킨다. 침몰 직전의 닛산자동차에 취임하면서 그는 임직원들에게 “닛산은 침몰하는 배다. 우리는 불타는 갑판 위에 있다. 살기 위한 선택은 단 하나, 바다에 뛰어드는 것뿐이다”고 외치면서 모두가 위기를 현실로 체감케 했다. 그리고 위기상황을 전달하는 동시에 명쾌하면서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줌으로써 모든 구성원이 희망을 갖고 나아가게 했다.

그저 “불이야”를 외치고 비상구가 어딘지 모른다고 하면 일대 혼란이 빚어질 게 뻔하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직원들은 자포자기하거나 자신들의 활로를 찾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 조직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

리더가 이처럼 정확한 위기전달과 함께 보여줘야 할 것은 역설적이게도 ‘자신감’이다. 두 가지가 얼핏 모순돼 보이지만, 리더가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구성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필수적이다. 근거 없는 낙관은 허장성세지만, 정확한 목표와 역할에 대한 책임감으로 무장된 자신감은 조직을 위기에서 구출한다.

위기상황에서 리더는 조직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며 개개인에게 무엇이 요구되는지를 명확히 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리더부터 나서서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비록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더라도 리더가 앞장서 행하라. 이 같은 자신감은 먼저 책임지겠다는 의지와 부하들을 믿는다는 신뢰감으로 표출된다. ‘너만 물에 빠져라’가 아니라 ‘같이 빠지자’는 것이다. 아니, 먼저 빠지는 용기를 보여줘라. 그리고 구성원들이 물에서, 위기에서 나오기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줘라.

조직 생존의 제1변수, 리더의 자신감

K부장은 회사가 난국에 처해 월급도 제대로 안 나오는 상황에서도 부하들의 생일을 챙겨주며 처진 어깨를 위로하곤 했다. 동료 부장들이 “젊은 너희들이 어렵다고 하면 난 오죽하겠냐. 학비 들어갈 자식들이 줄줄이 있는데, 나에 비하면 너희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 하며 나 몰라라 하는 것과 대비됐다. 결국 K부장의 위기관리 리더십은 회사 밖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되는 계기가 됐다.

위기일수록 리더의 자신감을 보여줘라. 당신 스스로를 믿고 부하들을 신뢰하라.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라. 자신을 믿는 상사가 부하의 신뢰도 받을 수 있다. 위기를 직원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해결책을 자신감 있게 제시해 함께 수습해나가는 것은 부하에 대한 리더의 기본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