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원인 모를 땐 “등부터 문질러라”

최영국 박사의 ‘한방경제’ | 아이 잘 기르는 10가지 방법

2012-10-01     더스쿠프

1575년에 발간된 의학입문醫學入門에 어린아이를 기르는 열가지 방법이 소개돼 있다. 첫째, 등을 따뜻하게 하고 둘째, 셋째로 배와 발을 따뜻하게 하며 넷째, 다섯째로 머리와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여섯째, 괴상한 물건을 보이지 말고 일곱째, 비위脾胃를 늘 따뜻하게 하고 여덟째, 울 때에 젖을 주의해서 먹이며 아홉째, 독극물에 주의하고 열번째로 목욕을 자주 시키지 말라고 했다.

그 중 등을 따뜻하게 해주라는 말이 제일 먼저인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등은 척수를 통해 오장육부와 우리 몸의 각 기관에 연결되는 자율신경계통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자율신경계통은 다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눠져 내장활동•심혈관•호흡•소화•분비 및 생식기능 등의 무의식적인 자동 조절기능을 수행한다. 등을 따뜻하게 해주라는 말은 바로 이 자율신경을 강화시켜 주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아이가 놀라거나 추위를 잘 탈 때,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체했을 때, 감기에 걸려 콧물이 흐르거나 열이 펄펄 날 때, 식은땀이 나거나 짜증을 낼 때에도 등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주면 좋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서 자율신경이 허약한 어린이를 보면 밥 먹기를 싫어하거나,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자주 체하며, 복통을 자주 호소하고, 혹 토를 심하게 하거나, 추위를 잘 타고, 쉽게 감기에 걸려 비염•축농증•기관지염•천식 등으로 발전하고 잘 놀란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손, 발에 땀이 나면서 허물이 벗겨지고 손바닥, 발바닥이 발개진다. 또 신경이 날카로워 짜증을 많이 내고, 공부를 해도 정신집중이 잘 안 되며 포용력이 적어 친구 관계도 잘 유지하지 못한다.

요즘 지능지수 대신 감성지수로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한다고 하는데 자율신경이 허약하면 감성지수 또한 높을 수가 없다. 어른의 병도 고치기 어렵지만 어린이 병이 더욱 어려운 이유는 오장육부가 튼튼하지 못 할 뿐 아니라 혈기가 왕성하지 못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고, 맥이 뛰는 것과 숨을 쉬는 것이 털과 같이 약해 허해지기도, 실해지기도 쉽기 때문이다. 또 몸이 쉽게 싸늘해지거나 열이 나고 아파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병의 원인을 자세히 파악해 치료하지 않으면 실수할 때가 많다.

원인을 잘 모를 때에는 우선 등을 문질러 주는 것이 좋다. 등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은 영•유아들의 경우 척추의 양 횡돌기(족태양방광경 제1선)를 둘째와 셋째 손가락을 이용해 적당한 압력으로 위•아래로 문질러 주고, 소아 이상은 손바닥으로 등을 고루 문질러 따뜻한 기운이 돌게 하는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잠을 재울 때와 깨울 때, 또한 식사를 한 후에 잠깐씩 해주는 것이 좋다. 자율신경을 강화시켜 주는 처방으로는 마르고 열이 많은 아이는 가미사륙탕加味四六湯, 신경이 날카롭고 밥을 적게 먹는 아이는 가미귀비탕加味歸脾湯, 성장 발육이 처지는 아이는 보아탕補兒湯을 먹이는 게 좋다.
최영국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