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인재 발탁해야 ‘히든챔피언’ 나와

유순신의 Story Economic

2012-09-18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경제 상황에서 중장년 인재들이 중소기업을 선뜻 선택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비전이 확실하고, 인재에 대한 경영 방침이 뚜렷하며, 회사 역사를 돌아보았을 때 점점 발전해 온 중소기업이라면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하는데 충분히 의미 있는 기회의 장이 되지 않을까.

필자는 고객사 미팅이나 사석에서 많은 중소기업 CEO들을 만난다. 그런데 그들의 얼굴은 유행가 가사처럼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최근 들어 특히나 인재난을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 CEO들이 많아졌다.

중국의 저가 정책으로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는 상황인데다, 나이가 들고 힘에 부쳐 2세에게 사업을 넘겨주려고 한다. 하지만 2세 경영자들은 “향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보다는 소위 돈이 되는 신사업에 투자하고 싶다”고 한다는 것이다. 제조업에선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는 것이 요즘 젊은 사람들의 견해다.
 

2세 경영자들은 인터넷, 럭셔리 브랜드, 스마트폰 기반 사업 등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고, 더 많은 모험을 해야 하는 사업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금껏 이끌어온 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중소기업 오너 경영자들은 “2세 경영자들과의 갈등이 깊어져, 심란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라며 필자에게까지 고민을 토로한다.

기업의 사활을 위해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런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은 전문 경영인의 영입이다. 그런데 전문경영인마저도 어려움이 많아 보이는 중소기업을 선뜻 맡겠다고 나서지 않아 중소기업 창업 1세대들은 진퇴양난이다. 사람 구하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인 상황이다보니 중소기업 CEO나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인재상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이야기 할 때면 매우 조심스러워진다. ‘바람직한 인재상’ 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치스럽게 들린다는 원성 섞인 피드백을 한 두 번 받아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연이은 악재와 이로 인한 잠재적 위협에도 독일이 흔들리지 않는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른바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든든한 강소기업이 ‘독일경제의 허리’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중소기업 수는 전체 기업의 99%에 달하는 400만개로, 이들이 독일 총 부가가치의 53.2%인 5532억 유로를 생산하고 있다.

당연히 몇몇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에 비해 위기대응 능력이 강해, 웬만한 위협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세계 경제 위기와 더불어 내수 경기 침체에 빠진 우리나라도 이 전환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가려면, 아직 일할 수 있는 중장년 인재와, 이들이 절실히 필요한 중소기업이 만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중소기업은 기업대로 인재에 목말라 한다. 중장년의 인재들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중소기업을 기피한다.

흔히 중소기업 하면 대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복지수준이나 열악한 교육시스템, 부족한 인재풀 등을 떠올린다. 미래의 비전도 찾기 힘들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못지않게 인재경영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일례로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B사에는 직원 중 비정규직이 한 명도 없다. 업무 생산직부터 관리나 경비직원까지 모두 정규직이다.

조건과 상관없이 실력과 직무에 맞는 역량만을 보고 채용하고, 채용한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사내 방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유앤파트너즈는 오랫동안 임원급 인재를 추천하면서 퇴직인재의 경력단절과 중소기업 인재난의 접점을 발견했고, 지난 8월 중장년 퇴직계층의 고용기회를 창출하는 전문 사회적 기업 ‘시니어 앤 파트너즈’를 출범시켰다.

시니어 앤 파트너즈가 중장년층에게는 재취업의 기회를, 중소기업에게는 경쟁력 강화를 가져오는 의미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비전이 확실하고, 인재에 대한 경영 방침이 뚜렷하며, 점점 발전해 온 중소기업이라면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하는데 충분히 의미 있고 가능성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