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나그네 옷을 벗길 수 있었던 건 …
김대곤의 CSO시대
2012-09-14 더스쿠프
“어떻게 하면 인간관계를 좋게 할까?” 오방리더십의 다섯 가지 화두 중 하나다. 학생 시절에는 인간관계보다 지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식이 많고 적음에 따라서 서열이 매겨지고 합격과 불합격의 갈림길에 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직을 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면 지식보다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다.
사회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사업에서 지식과 인간관계 중 성공을 가져다주는 비중은 인간관계가 80%로 더 높다. 인생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요소도 지식보다 인관관계가 차지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
특히 인간관계가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지식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쩌면 인간관계가 지식의 원천이라고 볼 수 있다. 학창시절을 예로 들면 선생님과 사이가 좋으면 그 선생님의 담당과목을 좋아하고, 그 선생님을 싫어하면 그 과목까지 하기 싫어지게 마련이다.
이처럼 인간관계가 지식과 실력을 때론 높아지게도, 때론 낮아지게도 한다. 인간관계가 성공과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이야기인데, 문제는 그 인간관계를 어떻게 하면 좋게 하느냐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화다. 대화의 내용과 방식, 그리고 타이밍에 따라서 성공적인 대화, 행복한 대화로 발전하느냐, 실패와 불행의 대화로 발전하느냐가 갈린다.
대화를 잘 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하는 게 아니다. 대화의 목적은 소통이다. 대화를 통해 서로 남남이라는 현실을 확인했다면 그것은 실패한 대화다. 대화를 통해 비록 서로의 생각과 입장이 다르지만 대화의 당사자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느끼고,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그것이야말로 소통의 모습이고 성공적인 대화다.
그래서 CSO(Chief Spiritual Officer)는 대화 자체보다 소통에 중심을 둔다. 대화를 아무리 많이 해도 불신의 벽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소통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풍과 햇볕의 나그네 옷 벗기기 우화를 보자.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 북풍과 햇볕이 시합을 한다. 먼저 북풍이 잘난 척 하며 나그네에게 강한 바람을 세게 불었다. 나그네는 추위를 느끼고 오히려 옷을 끌어당기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다음 햇볕의 차례가 되어 조금씩 조금씩 햇볕을 비추자 나그네는 더위를 느끼다가 스스로 옷을 벗었다.
결과와 일 중심의 리더는 나그네의 옷 벗기기에 급급해 처음부터 자신의 북풍발언만 열심히 쏟아낸다. 그럴수록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CSO는 서두르지 않는다. 천천히,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그러면 결국 자신이 원하는 소통을 이뤄진다. 진정 소통하고 싶으면 옷깃을 여미는 상대를 탓하지 말고 나의 대화법을 반성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를 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상대에게 감사하라.
감정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상대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면 성급한 사람은 반박할 것이다. “감사할 것이 있어야 감사표현을 하지? 나는 상대에게 전혀 감사함을 느끼지 못 한다”고. 그래서 감사함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발견이란 얼핏 보면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