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강대국인가, 약소국인가
이해익의 CEO 에세이
북쪽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남쪽은 기적의 나라이지만 어두운 구석이 아직도 많다. 분식회계와 비자금이 너무 판쳐서 통계에 잡히는 세계 54개국 중 투명성은 꼴찌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나라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반도, 바로 VIP(Very Important Peninsula)다.
과연 한국은 큰 나라인가, 작은 나라인가? 강한 나라인가 아니면 약한 나라인가? MB정부가 표방했던 이른바 7•4•7, 5년간 평균 7% 경제성장, 10년 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7대 강국 등은 국민 모두의 가슴에 와 닿는 비전이었나, 아니면 대선을 노린 정치집단의 뻥인가? 정권 초기 2008년 월가금융위기로 그 계획(?)은 엉망이 됐다. 그렇다면 그런 위기 도래도 모르고 대통령후보와 그의 참모들은 공언하고 돌아다녔다는 말인가.
군비지출 세계 8위 나라
강국인지 아닌지는 대체로 군사력과 경제력에 근거한다. 한국은 GDP, 즉 국내 총생산이 1조 달러를 돌파한 세계 15위 국가이다. 대단한 일이다. 1인당 국내 총생산은 2만여 달러로 좀 순위가 떨어진다. 30위 수준이다. 룩셈부르크가 약 7만 달러, 미국이 약 4만 달러, 일본이 약 3만달러로 한국을 앞지르는 나라다. 62위 러시아가 1만1000달러, 84위 중국이 7200달러로 한국보다 한참 밑인 셈이다.
군사력도 보면 가히 놀랍다. 50만 대군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중앙정보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50억 달러, 30조원을 육박하는 세계 8위의 군사비 지출 강국에 해당된다. 여하간 세계 총 230여개국 중 한국은 상위 20% 이내에 드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지닌 강국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대국이냐 아니냐는 인구수와 국토의 크기가 결정한다. 한국의 5000만명은 대략 24등 안팎이다. 거기다 북한의 2200만명을 합치면 7000만명이 훌쩍 넘는다. 세계 16등 안팍이다.
세계 민족 3000여 족 중에서 한국의 한韓족 7000만명은 거의 10등 이내에 해당하는 거대 민족이다. 새삼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국토의 크기는 보잘 것 없다. 한국은 9만9500㎢로 106위 정도다. 남북한 합쳐봐야 22만2500㎢로 81위 쯤 한다.
그러나 국경의 의미가 없어진 21세기에 국토의 크기와 자원의 유무는 그리 염려할 일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거절할 수없는 강대국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나라다. 그런데 왜 한국은 사방의 눈치를 봐 가면서 살아가야 하나?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크고 강한 나라인 4개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기 때문이다. 대륙국가인 중국과 러시아, 해양국가인 미국과 일본 등 네 나라는 사실상 세계의 패권국가들이다.
만약 한국이 아프리카의 복판쯤 위치하고 있다면 지금의 국력 가지고도 떵떵거리면서 눈알을 굴리며 살 수 있다. 그러나 호기롭게 동북아 중심국가라고 외치다가 찌부러들 수밖에 없다. 허브중심국가도 마찬가지다. 균형자론도 그렇다. 균형자도 우리끼리 갖어 보는 야무진 꿈(?)일 뿐이다. 한때 한국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고 월가는 추켜세운 적이 있다.
하지만 도시국가인 싱가폴, 대만, 홍콩과 같은 반열에서 평가 받는다는 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오히려 네 마리의 무서운 용이라고 하면 유태인 자본, 아랍의 석유자본, 화교자본, 일본자본이 아닌가 싶다. 유태인과 손잡은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가 미국과 세계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국은 반도국가이다. 반도국가는 교량국가다.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도국가는 교량국가다
그런데 북쪽은 다리가 왕창 썩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남쪽은 기적의 나라이지만 어두운 구석이 아직도 많다. 분식회계와 비자금이 너무 판쳐서 통계에 잡히는 세계 54개국 중 투명성은 꼴찌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나라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반도, 바로 VIP(Very Important Peninsul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