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 “계열사 수 줄인다”
8, 9월 10개사 감소 ··· ‘몸 사리기’ 나서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이른바 ‘재벌기업’의 몸집 불리기가 주춤하고 있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63개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의 소속 계열사 수는 9월 1841개로 지난달(1844개) 보다 3개사가 감소했다. 8월(7개사 감소)을 포함하면 두 달 동안 기업집단 계열사는 10개가 줄었다.
재벌기업이 지난 2000년 중후반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던 양상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2009년 1137개였던 재벌기업의 총 계열사 수는 2011년 1500개를 넘어섰고, 2012년에는 1831개로 늘었다. 사업다각화 전략에 따른 회사 설립 또는 인수가 활발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재벌기업은 계열사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여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재벌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 ‘몸 사리기’가 보다 적절한 경영전략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사업이 비슷한 계열사를 흡수·합병해 집중력을 높이는 동시에 규모를 줄이거나, 미래 성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사업을 정리했다.
실제로 SK그룹 신재생에너지사업 계열사인 SK D&D는 지난달 태양광 발전업체 남원사랑발전소를 흡수·합병했다. 또 롯데쇼핑은 계열사인 롯데스퀘어를, 포스코경영연구소는 포엠아이컨설팅을, 대성은 라이프인터내셔널을, 한국투자금융 한국투자금융지주를 태영은 인제오토피아를 끌어안았다.
사업을 접은 경우도 있다. SK는 폐기물처리업체인 그린바이로 지분을 매각했고, CJ는 예술서비스업체 클립서비스를, LS는 전자부품업체 플레넷을, 현대백화점은 방송프로그램제작업체 현대미디어센터를, 동양은 숙박서비스업체 동양리조트를, 대한전선은 골프장운영업체 선운레이크밸리 지분을 내다팔았다.
경제개혁연구소 채이배 연구위원은 “재무구조 개선, 선택과 전략에 따른 비주력 사업 정리는 일반적인 경영 전략”이라며 “재벌기업이 계열사를 줄이는 추세가 아직은 미약하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