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의 불편한 진실, 로열티 적자 급증
원천특허 소홀한 제조업 위주 산업 구조 탓
IT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이지만 지적재산권 사용료 대외 지급액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지식재산연구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적재산권 사용료를 뜻하는 ‘로열티’ 시장 규모는 1991년 전 세계 303억 달러에서 2006년 1580억 달러, 2010년에는 2096억 달러로 늘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지’를 보면 2006년 26억400만 달러였던 적자는 2010년 58억8700만 달러로 4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작년에는 적자폭이 줄었지만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기술무역수지 현황을 보면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대부분은 흑자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해마다 적자다. 한국 기업들이 원천기술에서 선진국에 예속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역 흑자가 큰데도 지적재산권 사용료 증가와 기술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이유는 독자적인 특허가 부족하고 원천 기술에서 여전히 선진국에 예속돼 있어서다.
국민대학교 이은형(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이 외국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상품 수출액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빨리 증가하고 있다”며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발과정에서 제조업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생산공정 관련 특허를 개발하느라 원천 특허 개발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주완 연구원은 “한국보다 먼저 지식산업 위주로 체질을 바꾼 선진국은 지적재산권 보호 장치를 잘 갖추고 한국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김홍일 대표는 “예전에도 MP3 관련 원천기술은 한국 중소기업이 갖고 있었지만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주도권을 애플에 빼앗겼다”며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사 특허를 보호해 로열티 수지를 좁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