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화기구에 한국 특허 없는 이유 …

한필순의 易地思之

2012-08-27     더스쿠프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것이 세계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남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보호무역 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무역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한국산産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는 자동차ㆍ철강ㆍ화학ㆍ전자 등 핵심산업의 주요 수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8월 15일 지식경제부와 철강협회에 따르면 브라질은 오는 10월 중 한국 등 5개국의 도금강판에 대한 덤핑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캐나다는 탄소강관 제조업체들의 제소로 한국 등 7개국의 탄소강관에 대한 덤핑 조사를 마쳤고, 조만간 예비판정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교섭본부의 집계 결과,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반덤핑ㆍ상계관세ㆍ세이프가드 등 다른 나라의 수입규제 조치는 8월 3일 기준으로 총 122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117건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이런 상황은 제조원가 이하로 물건을 덤핑해 수출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앞서 기술한 산업이 주로 제조업이라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하루 빨리 지식기반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큰코다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수출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국내 기술수출은 기술수입의 절반에 불과하다. 국내 정부는 2001년부터 매년 OECD의 TBA (Tech nology Balance of Payment) 지침서에 따라 통계를 작성하고 있는데, 2009년 통계에 따르면 매년 기술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연구개발(R&D) 비용은 297억 달러로 세계 7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R&D비용 비중은 3.57%로 스웨덴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반면 GDP 대비 기술무역수지는 -0.40%로 1.23%의 흑자를 기록한 스웨덴과 큰 대조를 보였다.

2009년 우리나라의 기술수출액은 35억8000만 달러였지만 기술도입액은 84억4000만 달러로 48억6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01년 적자규모 20억2000만 달러에서 28억4000만 달러가 더 늘어난 것이다.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 따르면 이처럼 수지상황이 나쁜 가장 큰 이유는 특허다. 국가별로 경제규모를 고려한 특허활동 집중도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국제적으로 효력이 있는 PCT 국제특허 출원건수는 미국의 5분의 1, 일본의 3분의 1, 독일의 2분의 1 수준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국제표준화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기초연구와 비교해 응용ㆍ개발연구의 비중이 높지만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국제표준화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표준특허란 국제 표준화기구에서 정해진 표준기술을 포함하는 특허를 말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표준특허의 경우, 한국 특허의 비중은 2.5%로 미국의 42.4%, 일본의 18.6%, 핀란드의 9.9%와 비교해 훨씬 적은 수준이다. 또 ISO(국제표준화기구)에 등록돼 있는 한국 특허는 단 한 건도 없는 반면 일본은 279건(55.6%), 미국은 119건(23.7%), 독일은 41건(8.2%)에 이르고 있다.

 
 
이는 응용ㆍ개발기술 연구를 주로 담당하는 기업에 비해 기초기술 연구를 담당하는 대학이나 공공기관에 속한 연구인력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데 따른 결과로 추정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런 경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은 특유의 생존력과 창의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필순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