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날리는 유통업체 편의점은 와글와글

불황에 강한 ‘편의점 경제학’

2012-08-17     김미선 기자

유통업계가 불황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고 있어서다.  예외가 있다. 편의점은 불황을 가뿐하게 뚫고 있다. 불황으로 소용량 생필품과 1인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어서다. 편의점의 힘을 살펴봤다.

여름 최장기간 정기세일에 돌입한 백화점 업계는 예상대로 실적이 시원치 않았다. 현대백화점은 2분기 총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비 9.2%에 그쳤다. 기존점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비 0%를 기록했다. 신세계의 2분기 백화점부문의 기존점 매출액 신장률은 마이너스 1%를 기록했다.

각종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형 할인점 역시 부진한 매출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7월 매출이 전년 동기(기존 점포 기준)에 비해 7.3% 감소했다. 롯데마트 역시 7월 매출 신장률이 마이너스 6.9%였다. 이런 가운데 유독 힘을 내는 유통업태가 있다. 편의점이다. 편의점 업계 상반기 매출 성장률은 20%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22.6%, CU(전 훼미리마트)는 20.3%, GS25의 매출신장률은 19.3%였다.

사상 전례 없는 불황 속에서도 편의점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흥미롭다. 불황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는 이전보다 용량이 작은 생필품을 구매한다. 편의점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불황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난 것도 편의점 매출 증가에 한몫 했다. 도시락•간편가정식 등 식사 대용품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 건 이를 잘 보여준다. 올해 세븐일레븐의 상반기 도시락 매출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뛰었고, GS25는 33.5% 증가했다. 현재 편의점 업계 도시락 시장 규모는 7000억원에 달한다.
1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아이스커피도 한목 했다. 최근 대형 커피전문점의 커피 가격이 인상되면서 편의점 아이스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 얼음을 넣은 전용 아이스컵과 원두커피를 팩을 함께 구매하면 단돈 1000원에 아이스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GS25의 경우 아이스커피 판매량이 2009년 900만잔, 2010년 2000만잔, 2011년 4000만잔에 이어 올해는 6000만잔 이상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정도다.

편의점의 이런 호황은 업계 판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현재 3강 구도다. 2010년 세븐일레븐이 바이더웨이를 인수한 뒤 판도가 바뀌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CU(구 훼미리마트)와 GS25의 2강 구도였다.
매장 수만 보면 CU(구 훼미리마트)가 7386개로 가장 많다. 6638개의 매장을 가진 GS25가 2위, 세븐일레븐이 6450개로 3위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의 가파른 성장세가 눈길을 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CU, GS25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2010년 초 1500개 점포를 운영하던 바이더웨이를 인수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로드숍 기준으로 보면 세븐일레븐(6450점)이 GS25(6427점)를 눌렀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GS25의 총 매장수에는 해군 PX(매점) 211개가 포함돼 있어서다. GS25 관계자는 “특수점에는 병원이나 학교 내 입점 점포도 있다”며 “일반적으로 편의점 업계는 특수점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