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급 빨간불, 기업 절전대책 총동원

일반기업은 절전대책 위주, 금융권은 정전대책 위주

2012-08-08     김정덕 기자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기업에서는 절전대책 수립과 만일에 있을 정전사태 대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재계는 “삼성그룹과 포스코 등 산업용 전기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대기업은 전력 수급 한계로 인해 강도 높은 절전대책을 펼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5월부터 절전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점심시간과 퇴근 이후 시간대에 컴퓨터와 모니터, 냉·난방기를 끄고, 간편한 복장으로 근무하는 등 전기 사용을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계열사는 전력경보 ‘주의’가 내린 전날(6일)에는 실내온도를 27도로 유지하고 불필요한 전원은 끄는 등 절전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s

현대·기아차는 절전을 위해 양재동 본사와 국내영업본부 근무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타이, 노 재킷, 여름용 반팔 셔츠를 권장하는 ‘하절기 근무복 드레스코드’ 시행 기간을 내달 14일까지로 늘렸다. 사옥은 정부 권장 온도 유지와 전력 사용 피크시간대 냉방기 가동 자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1400개가 넘는 전국 현대·기아차 영업소에도 냉방기 가동 중 출입문을 반드시 닫도록 지침을 내렸다.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자동차 생산공장과 연구시설은 주간예고제, 직접부하제도 등을 실시했다.

LG전자는 사업장별로 냉방기 가동 시간 단축, 냉방 온도 26도 유지 등의 방침을 내렸다. 불필요한 조명은 껐다. 전력 위기 대응을 위해 ‘전사 에너지 절약 태스크’를 꾸려 전력 피크 위기 대응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SK그룹 본사 사옥은 전력 사용이 적은 심야시간대에 만든 얼음을 이용해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내는 빙축열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이 시스템으로 본사 에어컨 전력 사용 요금의 30%를 절감한다.

한화그룹은 각 사업장에 에너지절감 테스크포스를 구축해 단계적 비상 발전기 가동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전력사용이 많은 철강업계는 전력 피크 시간대에 정비·점검을 실시해 절전에 힘쓰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의 자체 발전기 출력을 최대로 올렸고, 일부 생산 라인의 점검·정비를 전력 피크 시간대로 배치했다. 철강재 생산 과정에 발생하는 가스도 자체 발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체 생산된 전기로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필요한 전력의 80%가량을 충당하고 있다. 향후 자체 전기 생산 비율을 더 높일 계획이다.
항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항공은 실내온도를 26~28도를 유지하고, 9월 말까지 노타이를 실시하도록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점심시간 소등, 노타이, 적정 실내온도 26~28도 유지 등을 실시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절전 동참은 자동소등과 강제소등, 냉방온도 제한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건설과 GS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점심시간에 사무실 전등이 자동으로 꺼진다. 건설현장은 대부분 비상발전기를 두고 대비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절전 방침을 세웠다. 롯데백화점은 전 사업장의 실내온도를 25도로 유지하고, 폐점 후 방범셔터만 내리고 출입문을 개방해 실내 온도를 낮추고 있다. 간접조명도 최대한 줄이고, 조명은 LED로 교체했다. 또 전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엘리베이터 이용 자제, 냉동기 최소 운영, 주차장 배기팬 정지 등의 조치가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비상전원 설비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SK그룹처럼 빙축열 냉방기를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타 업종과 달리 정전사태가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는 고객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만일의 사태에 철저하게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대부분의 은행 영업점은 정전 시 비상 발전기로 전력을 공급하는 무정전 전원시스템(UPS)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6월 말 전 영업점에서 정전 상황을 가정해 UPS 성능을 점검하고 오래된 UPS와 축전지를 새 제품으로 교체했다. 각 영업점의 축전지 상태는 본점에서 실시간 체크한다. UPS를 대체할 수 있는 석유 발전기도 갖췄다. 우리은행도 소규모 영업점을 위해 비상 발전차량 2대를 확보해 놨다. 발전차량은 비상사태 시 긴급 출동해 전력을 공급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노후 UPS 400여개를 교체했다. 7월에는 전 영업점의 UPS를 특별점검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식과 채권 매매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자가발전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전기 공급이 끊기면 자동으로 가동되는 자체 발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증권사도 홈트레이딩시스템 등을 통한 상품 매매가 정전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발전기 점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