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스·네띠앙 “어디 갔어?”
폐쇄된 파란닷컴을 계기로 본 포털 흥망사
2012-08-08 유두진 기자
2000년대 초 포털 사이트는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닷컴열풍이 급격히 꺼지며 많은 포털업체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가장 최근엔 PC통신의 향수를 이어가던 ‘파란닷컴’이 문을 닫았다.
7월 31일,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 중 하나였던 ‘파란닷컴(www.paran.com)’이 문을 닫았다. 이로써 ‘X세대’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던 ‘PC통신’의 향수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파란닷컴은 2004년, PC통신 하이텔과 검색사이트 한미르가 통합하면서 문을 열었다. KT의 자회사 KTH가 파란닷컴 운영을 맡았다. 사업초기 파란닷컴은 KT계열사답게 특화된 전화번호서비스로 고객에게 어필했다. 스포츠신문과 콘텐트 독점계약을 맺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그러나 국내 포털시장을 장악한 네이버와 다음의 틈새를 파고들지 못했다. 폐쇄 전 파란닷컴의 시장점유율은 1%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KTH 파란닷컴 관계자는 “기존 파란닷컴 이용자들이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옮겨 메일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불철주야로 노력했지만 기존 포털 사이트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엠파스, 네띠앙 그리고…
포털사업을 접은 KTH는 향후 모바일 서비스 쪽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할 계획이다. 그러나 PC통신에 대한 향수가 있던 사람들은 못내 아쉽다는 반응이다. 파란닷컴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던 한 네티즌은 블로그에 남긴 마지막 글에서 “하이텔이 파란닷컴으로 변신한 2004년부터 PC통신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그래도 파란닷컴이 PC통신의 변신이란 점에서 그 향수가 유지되는 느낌이었다”며 “젊은 시절을 풍미하던 PC통신과 파란닷컴이 사라지면서 나이를 먹는 게 실감나 마음이 먹먹하다”고 표현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닷컴기업’은 그야말로 폭풍성장을 거듭했다. 그 중에서도 포털 사이트의 인기는 최고였다. 제리 양의 ‘야후(Yahoo!)’가 세계 최대 포털 사이트로 군림하던 시절, 한국에서도 야후코리아는 절대강자였다. 최적화된 메일서비스를 앞세운 ‘한메일(다음커뮤니케이션)’이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었고, 삼성에서 독립한 네이버가 후발주자로 도약을 준비 중이었다. 이 밖에도 수많은 포털 사이트가 생겼다.
하지만 닷컴거품이 꺼지면서 포털 사이트의 인기도 급속히 사그라졌다. 그 시절 인기를 누렸으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포털 사이트는 수없이 많다.
엠파스가 대표적이다. 1999년 11월 지식발전소가 코난테크놀로지와 공동 개발한 포털 사이트였다. 단어뿐만 아니라 문장 단위로 검색어를 입력할 수 있었던 검색엔진으로 인기를 끌었다. 막강 야후를 위협할 유일한 포털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차별화된 아이템을 선보이는데 실패하며 야후•네이버•다음 등에 밀렸다. 만년 4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엠파스는 2007년 11월 SK컴즈에 합병됐다. 이후에도 사이트는 별도로 운영됐지만, 2009년 네이트에 병합되며 완전히 문을 닫았다.
기록적인 도메인 값을 기록했던 ‘코리아닷컴’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코리아닷컴의 도메인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었다. 닷컴열풍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 인터넷서비스업체였던 두루넷이 약 55억원을 투자해 도메인 주소를 사들였다. 전 세계 도메인 거래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었다.
코리아닷컴은 한국에 관심은 있으나 접근법을 몰랐던 외국인들이 무심코 쳐보는 도메인주소이기도 했다. 도메인의 높은 인지도를 등에 업고 코리아닷컴은 포털 사이트로 변신했다. 회원이 빠른 속도로 늘었고 매출도 성장했다. 하지만 소유주인 두루넷의 경영악화가 문제를 일으켰다. 다른 인터넷업체의 성장에 대응하지 못하고 2003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모기업이 흔들리니 코리아닷컴의 경영 상황도 악화됐다. 결국 2006년 대성그룹에 넘어가고 말았다. 현재 사이트는 유지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미미하다.
커뮤니티 사이트의 원조격인 프리챌을 기억하는 이도 많다. 획기적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선보이며 2001년 200만 가입자를 단숨에 모았다. 그러나 2002년 11월, 무리하게 유료화 정책을 펴다 이용자들의 냉대를 받고 말았다. 이후 소그룹 커뮤니티 ‘섬’과 커플 포털 등의 서비스를 재개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호응이 없었다. 프리챌은 지난해 11월 파산했다. 현재 웹하드 회사 아이콘큐브에 매각돼 사이트를 다시 오픈한 상태다. 시장점유율은 역시 미미하다.
국내 최초로 홈페이지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였던 ‘네띠앙’ 또한 잊을 수 없다. 1997년 한컴네트가 설립했고 1998년 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치고 올라오는 신규 포털업체에 밀리며 경영난을 겪었다. 2006년 7월 예고도 없이 서비스가 중단됐고, 같은 해 8월 공식적으로 파산을 선언했다. 이후 메시지서비스업체인 네띠앙컨시어지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현재도 옛 이름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포털 사이트로서의 기능은 거의 사라졌다.
‘검은 개’로 유명한 라이코스 코리아(lycos korea)는 경영악화로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인수됐다가 2010년 인도기업에 매각됐다. 현재도 조용히 서비스는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영문판 라이코스와는 달리 뉴스와 기타 서비스는 지원하지 않는다. 오로지 검색만 가능한 사이트다.
합병•파산 등의 부침을 겪지 않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포털업체들도 존재감이 미미해진 건 마찬가지다. 동창 찾기로 인기를 끌었던 ‘아이러브스쿨’은 최단기간 500만 가입자를 모으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전국적인 ‘동창회 바람’을 몰고 왔음은 물론이다. 막강한 가입자를 바탕으로 포털 사이트로의 변신을 꾀한 아이러브스쿨은 그러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동창을 만나 기쁜 것은 잠시였다. 매번 과거의 추억만 되새기는데 흥미를 잃은 가입자들이 발길을 돌린 것이다.
포털, 1강 1중으로 개편
‘야후코리아’는 앞서 말했듯 2000년대 초까지 검색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하지만 월드컵 전후로 네이버가 지식검색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한 야후는 몰락했다. 본사인 미국야후 또한 구글에 밀려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과 컴퓨터’ 설립자 이찬진씨가 대표로 있는 ‘드림위즈’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계속되는 적자로 결손금이 쌓이면서 자본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마케팅 전문 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포털 사이트 점유율은 네이버가 73.75%, 다음이 20.1%로 나타났다. 1강1중의 양상이다.
세계최대 검색엔진 구글은 2.33%로 국내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한때 점유율 10%를 넘나들며 포털 빅3로 거론되던 SK의 ‘네이트’는 2.14%로 추락했다. 야후의 점유율은 0.7%로 나타났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