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그들은 불나방처럼 이득 좇았다

2월 OPEC 감산 이행률 높았던 이유

2017-04-04     김정덕 기자

94%. 올해 2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외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률이다. 과거 감산 이행률이 평균 60%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 최고치다. 이렇게 감산 이행률이 높은 이유가 뭘까. 답은 어렵지 않다. 감산 약속을 지켰을 때 이득이 손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OPEC가 불나방처럼 ‘이익’만 취했다는 얘기다.

그동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는 대부분 말뿐이었다. 산유국들이 한걸음씩 양보해서 생산량을 줄이면 원유 가격을 올릴 수 있지만,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생산량을 줄인 산유국만 손해를 보기 때문이었다. OPEC의 감산 이행률이 저조했던 까닭이다. 그렇다면 올해 2월 OPEC의 감산 이행률이 높았던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감산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얻을 이익(원유 생산 판매 증가)보다 부작용(국제유가 하락)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OPEC 회원국이 감산에 합의하자 원유 가격이 상승했다. 감산 합의를 준수하기만 한다면 가격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공산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감산 합의를 깰 회원국은 없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감산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 셰일 오일을 앞세운 미국이라는 강력한 외부 경쟁자가 있어서다.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부 국가의 감산 합의 불이행에도 사우디가 독자적인 감산을 강행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OPEC는 미국의 셰일오일과 가격으로 경쟁하기보다 국제유가를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이런 방향성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 4월에 있을 OPEC의 감산 합의 연장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