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역풍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에 ‘몸살’
달러 페그제 무너지나
달러화 가치가 13년 내 최고치로 상승하면서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등 고정환율제(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가 변동환율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최근 지속되고 있는 달러화 강세가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의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지난 11월 23일 101.75를 기록하며 2003년 4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달러화 강세에 따른 자금 이탈이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자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화를 사는 통화가치 유지 방법이 강달러 국면에서는 외환보유고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덩달아 자본 유출도 가속화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 11월 신흥국 주식ㆍ채권펀드에서 242억 달러(약 28조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또한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외화를 쏟아 붓고 있는 중동 6개국(사우디아라비아ㆍ바레인ㆍ쿠웨이트ㆍ카타르ㆍ오만ㆍ아랍에미리트) 외환보유고는 2014년 이후 2000억 달러(약 223조8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이는 6개국 외환보유고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물론 달러 페그제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산유국의 생산량 감축 합의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세로 페그제를 채택한 중동 국가의 부담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토머스 콴 하비스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홍콩은 30년 이상 달러 페그제를 이용해 왔다”며 “홍콩은 페그제를 통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조지 소로스 등 대규모 투기세력의 공세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