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기술, ‘Made In Korea’ 바란다

드미트리 미하일로프 가리니 테크놀로지 대표

2016-12-14     김정덕 기자

국내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정치적으로도 어수선하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의 ‘과학생산업체’를 자청하는 가리니 테크놀로지가 한국 기업에 첨단기술을 소개하겠다며 한국을 방문했다. 이 기술들이 과연 한국의 경제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러시아인들이 자국의 첨단기술을 소개하겠다면서 한국을 방문했다. 단순히 기술을 이전하고 로열티만 받아가겠다는 게 아니다. 제품 판매, 공동 연구·생산 등 다양한 협력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러시아의 과학생산업체 ‘가리니 테크놀로지(GARINI Technologies)’를 통해서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반길 만한 소식이다. 가리니 테크놀로지의 대표(CTO·Chief Technology Officer)인 드미트리 미하일로프(31) 박사에게 비전을 들었다.

✚ 가리니 테크놀로지(이하 가리니)는 어떤 곳인가.
“굳이 한국말로 표현하면 ‘과학생산업체’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러시아 최고의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첨단기술들을 사업화하기 위해 2015년 브루나이왕국의 왕자와 합작으로 설립한 지주회사 같은 거다.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다.”

✚ 러시아는 우주과학기술의 강국 아닌가.
“러시아의 첨단기술은 우주과학에 국한돼 있지 않다. 핵 발전소, 제트여객기, 칼러TV, 석유시추시스템,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플렉시블 소재)을 최초로 선보인 곳도 바로 러시아다. 세계 최고의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제조사 중 하나로 꼽히는 카스퍼스키랩 역시 러시아 회사다. 세계 경제 질서가 자본주의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몰락을 겪기도 했지만 러시아는 다양한 분야의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 한국에는 어떤 기술들을 소개하나.
“가리니가 현재 갖고 있는 기술은 총 18개다. 그중 5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매우 적은 양의 혈액으로 혈액검진을 할 수 있고, 반영구적 혈액보관이 가능하며, 혈액의 변질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한 원격혈액검진키트(RLD키트) ▲기존에 비해 크기는 훨씬 작지만 기존 MRI 장비가 가진 기능은 물론 기존 장비로는 가능하지 않던 폐관련 질병까지도 선명하게 이미징화 해주는 MRI 장비(XENON) ▲외과수술시 이식 후에도 형질변형이나 감염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100% 티타늄으로 만든 이식임플란트제품(ELTI) ▲은나노 기술을 활용해 비료사용은 확 줄이고 독성은 없는 비료첨가제(ZEREBRA) ▲20㎏ 이상의 비료를 살포하면서 60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차세대드론(COPTERS)이 그것이다.”

가리니는 지난 6일 단국대 천안캠퍼스 국제회의장에서 ‘2016 동북아 신기술 산학포럼’ 개최(단국대와 공동 주관)하고 이 기술들을 소개했다. 기업들의 관심은 높았다. 포럼 개최 전에 한화(드론)와 SK(바이오 기술) 측에서는 가리니와 미팅 약속을 잡기도 했다.
✚ 가리니가 사업화하는 과학기술들은 어디서 개발한 것인가.
“러시아 국립물리연구소·모스크바대학교·국립원자력대학교·바우만공대가 수백억원을 투자해서 개발한 신기술(핵과 군사기술 제외)들이다.”

투명한 한국기업과 파트너십 원해

✚ 어떤 곳인지 간단히 설명해 달라.
“러시아 국립물리연구소는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안드레이 게임과 콘스탄틴 노보솔로프를 비롯해 물리화학생화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17명을 배출한 곳이다. 모스크바대학교는 러시아 최고의 국립대학이고, 천재 공학도들이 모여 있는 바우만공대는 세계 최초의 핵발전소, 제트여객기, 칼러TV, 석유시추시스템 등을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국립원자력대학교는 핵과학 분야에선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다. 이런 곳에서 개발한 첨단기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48명의 과학자가 가리니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사업화한다.”

✚ 기술들은 곧바로 사업화할 수 있는가.
“당연하다. RLD키트의 경우 중국 최대의 의료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는 연달그룹과 중국 시진핑주석의 지지를 받고 있는 광채그룹, 중국 대기업인 은기그룹 등이 관심을 갖고 협약을 맺자고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그중 한 곳을 선택할 예정이다. 우리 기술이 사업화할 수 없다면 누가 그렇게 경쟁적으로 나서겠는가.”

✚ 의문이 생긴다. 그럼 가리니는 해당 기업에 독점권을 부여하지는 않는가.
“우선은 한 국가 내 한 기업에만 독점권을 부여한다. 가리니와 협약을 맺은 국가를 제외하고 글로벌 시장을 넓히겠다면 차후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 등의 범위도 협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유동적인 입장을 갖고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 거다.”

✚ 경쟁 기술들은 없는가.
“현재 가리니의 18개 기술은 어디에서도 선보인 적 없다. 경쟁력을 운운할 수 없는 가리니의 독보적인 기술이라는 얘기다. 물론 일부에서 개발은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러시아의 과학기술이 그렇게 독보적인데 왜 지금에야 시장에 내놓는 것인가.
“가리니가 설립된 게 고작 1년 반이다. 물론 지금 가리니와 비슷한 곳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더 많은 기술들이 세계로 나올 거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가리니와 같은 신뢰할 만하고, 독보적인 기술은 쉽게 접할 수 없을 거다.”

✚ 일본도 있는데 굳이 한국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려 하는 이유가 뭔가.
“비즈니스는 회사 대 회사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통해 맺게 될 때도 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사업파트너로 어느 한국인과 알고 지냈고, 그의 역량을 인정해 가리니 아시아 총괄대표직을 맡아달라고 했다. 바로 정상욱 가리니 아시아 총괄대표인데, 그가 한국을 먼저 방문해달라고 했다. 한국 역시 최고의 글로벌 기업들이 많으니 ‘made in korea’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독보적 기술 쉽게 접할 수 없을 것”

✚ 최근 국내 분위기가 정치적으로 상당히 혼란스럽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정경유착에 휘말렸다는 의혹도 받는다. 외국에선 국내 대기업들이 투명하지 않아 투자도 꺼린다는데, 가리니는 전략적 파트너를 정할 때 기업의 투명성 같은 건 고려하지 않는가.
“한국의 상황을 대략은 알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의 첨단기술이 멀리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당연히 좀 더 도덕적인 기업과 손을 잡는다면 시너지도 클 것이다. 또한 가격만 비싸게 부른다고 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지도 않을 거다. 해당 기업이 도덕적인 리스크를 겪게 되면 가리니도 거기 엮일 수 있어서다. 다만 한국의 기업들이 투명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한국의 자체적인 정보 공개 기준으로만 보면 알 수가 없다.

✚ 정보 자체가 투명하지 않다는 건가.
“그렇다. 투명성 정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니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네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거다. 우리로선 아쉬운 부분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