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일장춘몽❸ 홍보 약발 빠진 직후부터 ‘내리막길’

재형저축 vs ISA 닮은꼴 추이

2016-08-31     고준영 기자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금융상품인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대대적인 홍보 덕분인지 출시하자마자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상품의 가입자 수와 판매액은 출시 한달 후부터 가파르게 꺾였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두 절세 상품의 실적 추이를 살펴봤다.

‘서민 재산 증식’. 금융당국이 주도해 금융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빠짐없이 내거는 슬로건이다. 서민의 재산을 불리는 게 금융당국의 과제라는 건데, 그 해결책 중 대표적인 것이 ‘절세상품’이다.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금융위원회가 야심차게 도입한 대표적인 절세상품이다. 2013년 3월, 올 3월 각각 출시된 두 상품의 목표는 분명했다. “절세 효과를 통해 서민의 자산을 불리겠다.”

그렇다면 두 상품은 순항 중일까. 먼저 가입계좌 수와 판매액 추이를 살펴보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재형저축은 출시 첫달 가입계좌 수 144만5000좌, 판매액 2549억원을 달성했다. ISA의 첫달 실적은 가입계좌 수 120만2000좌, 판매액 6606억원이었다. 절세 혜택ㆍ목돈 마련ㆍ재산 증식ㆍ만능통장 등 솔깃한 말로 가입을 유치한 결과,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첫달 이후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재형저축은 출시 이후 신규 계좌 수가 28만4000좌(2개월차), 7만7000좌(3개월차), 2만5000좌(4개월차)로 감소했다. ISA도 첫달 이후 매달 57만2000좌, 36만4000좌, 23만4000좌를 기록하며 실적이 뚝 떨어졌다. 판매액도 마찬가지다. 재형저축의 4개월차 판매액은 첫달에 비해 813억원이 줄었고, ISA는 853억원이 감소했다. ISA가 재형저축의 전철을 밟지 않겠냐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에선 ISA가 출시된 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섣부른 판단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가입할 사람은 다 가입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ISA 가입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납입금액이 많을수록 세제혜택이 커지는데 서민에게 연 2000만원의 여윳돈이 있겠는가. 서민에게는 실질적인 세제혜택이 미미할 공산이 크다. 충분한 세제혜택을 누릴 만큼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미 가입을 했다는 얘기다.”

당초 금융당국이 ISA의 목표 판매액으로 잡은 금액은 10조원이다. 현재 누적액은 2조5207억원에 머물러 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아무리 여유 있게 잡아도 올 연말 누적액이 5조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게다가 재형저축은 출시 6개월 후부터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ISA와 재형저축의 추이가 닮은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ISA의 미래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