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일장춘몽❶ 서민 자산 증대, 봄꿈 같은 이야기

정책금융상품의 한계와 과제

2016-08-30     강서구 기자

재형저축 열풍은 한달 만에 끝났다. ‘18년 만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한달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탔다. 결국 해지율 32%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긴 채 지난해 12월 시장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두고 시장의 우려가 커졌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자신만만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 듯 재형저축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전략을 썼다. ISA에 ‘절세 만능통장’이라는 이름을 붙여 홍보에 열을 올린 건 재형저축의 판박이였다.

문제는 ‘나쁜 결과’까지 재형저축을 닮았다는 점이다. 출시 후 한달간은 열풍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ISA 역시 ‘마의 한달’ 벽을 뚫지 못한 채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ISA 계좌 중 ‘깡통(잔액 1만원 이하ㆍ6월 기준)’이 절반 이상이고, ISA에 가입한 서민층이 29.1%에 불과하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서민을 위해 출시된 ISA가 금융회사와 고소득층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방증이라서다.

따지고 보면 새로운 리스크도 아니다. 재형저축(2013년), 소장펀드(2014년) 등 정부가 깊게 관여한 금융정책상품은 비슷비슷한 실패를 맛봤다. 정부가 정책금융상품의 구조를 바꾸든지, 홍보 전략을 변경하든지, 이도 저도 아니면 아예 손을 떼야 하는 이유다. 언제까지 ‘서민 자산 증대’라는 봄꿈 같은 덧없는 이야기로 국민을 속일 순 없지 않은가. ISA의 일장춘몽一場春夢, 시사점이 많다.
강서구ㆍ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