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 임신으로 가계에 ‘불’ 났다면…

실전재테크 | 임신 부부의 재무설계

2016-08-17     한국경제교육원 책임연구원

임신과 출산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각종 검사, 육아용품, 산후조리 등에 큰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중요한 일이 아무런 계획 없이 진행된다면 어떻게 될까. 갑작스런 임신으로 가계에 빨간불이 켜진 김현주(가명ㆍ28)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재무설계의 핵심은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다. 결혼을 앞둔 연인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사건은 ‘혼전임신’이다. 한 웨딩컨설팅 업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혼전임신의 비율은 30.5%에 달했다. 10쌍 중 3쌍이 혼전임신을 경험 한다는 얘기다. 아이가 생기는 것은 축복 받아야 할 일이다. 문제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 가계 재무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새 생명이 생길 때도 재무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지만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경북 구미에 살고 있는 김현주(가명ㆍ28)씨는 예상하지 못한 임신으로 재무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결혼한 김씨는 시댁에서 살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김씨 남편의 월급은 160만원. 다행히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어 주거비, 세금, 식비 등의 지출은 크지 않다. 하지만 시부모가 모두 일을 하고 있어 김씨는 육아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다. 김씨의 재무목표는 자산형성과 분가分家, 자녀 교육비 마련이다.

우선 김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언급했듯 김씨 가계의 수입은 160만원이다. 수입이 크지 않아 하나의 통장만 이용하고 있다. 고정지출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통신비로, 월 17만원을 사용한다. 이밖에 남편 용돈으로 12만원, 각종 보험으로 44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생활비로 매월 평균 35만원을 사용한다. 이에 따라 잉여자금은 매월 52만원이다. 자산으로는 여유자금 240만원이 있다.

일반적으로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은 200만원 이상이다. 자녀계획을 세우기 전에 돈을 먼저 모아야 하는 이유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결혼과 동시에 적은 금액이라도 모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신용카드나 대출을 이용하게 돼 단기부채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김씨도 갑작스러운 임신과 결혼으로 지출에 관한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 당장은 주거, 식비 등 가계유지비용이 들지 않지만 시댁에서 분가를 생각하고 있어 준비가 시급하다. 김씨의 지출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각종 보험료다. 김씨 남편은 2개의 보험에 가입해 매월 23만원가량을 사용한다. 그리고 김씨(9만원), 자녀보험(12만원) 등이다.

남편은 금액이 높은 종신보험과 CI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남편의 나이가 29살로 젊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종신보험보다는 정기보험이 적합하다. 또한 중대 질병을 보장하는 CI보험보다 수술ㆍ입원ㆍ3대 질환(암ㆍ뇌질환ㆍ심장질환) 등 기본적인 보장에 충실한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남편의 보험을 정리한 결과, 월 보험료를 23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김씨의 보험도 기본보장에 충실한 보험상품으로 조정해 2만원가량 줄였다. 마지막으로 아이 보험이다. 자녀 보험은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여유가 있는 가정이라면 100세까지 보장이 되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자녀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앞으로 필요한 교육자금까지 생각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김씨는 태아보험의 보장 기간을 30세 만기로 낮추고 특약에 가입하는 것으로 변경해 12만원의 보험료를 6만원대로 조정했다. 이렇게 보험료를 정리하자 김씨 가계의 저축여력은 52만원에서 73만원으로 늘어났다.

불필요한 지출 최대한 줄여야

하지만 간신히 만든 여유자금을 모두 금융상품에 묶어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편의 이직으로 인한 소득 단절 등이 발생할 경우 해지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우선 월소득의 3개월가량인 480만원의 비상금을 준비해야 한다. 김씨가 분가를 생각하고 있는 만큼 주택 마련 자금도 모아야 한다.

김씨의 경우, 자산과 수입이 적어 임대주택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임대주택 분양을 위해서는 주택청약저축이 필요하다. 주택청약 가산점을 높이기 위해 청약금액은 10만원으로 결정했다. 또한 혹시 모를 아파트 분양기회를 노리기 위해 2만원의 주택청약저축을 추가로 가입했다. 김씨가 지방에 살고 있는 것을 임대주택 마련에 필요한 목돈자금은 3000만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시중은행보다 이율이 높은 준조합원 적금(매월 30만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빠른 자산증식을 위해 적립식 펀드(매월 10만원)를 병행하기로 했다.

이제 자녀 교육비와 노후 자금을 살펴볼 때다. 아직 젊은 김씨 부부에게 노후는 큰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큰 자금을 연금상품에 묶어 두는 것은 자칫 무모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노후준비에만 치중할 경우 현재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또한 자녀 교육자금 마련이 소홀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우선 교육자금 마련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향후 소득이 증가하거나 자녀 교육자금이 어느 정도 마련한 이후 노후준비에 집중하는 것이 김씨 가계에 더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숨통을 터줘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천세이 한국경제교육원 책임연구원 Sayi_8901@naver.com | 더스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