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칸이 거짓말을 혐오한 까닭

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2016-08-02     김우일 대우M&A 대표

사회 지도층의 모럴해저드 문제가 또다시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문제는 비리의혹에 연루된 지도층들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죄 지은 사람이 ‘내 죄는 이러하오’라고 말하긴 힘들겠지만 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사회 전체에 ‘거짓말도 통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어서다. 칭기스칸이 거짓말을 금기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찰총장의 혼외자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했던 게 얼마 전 일이다. 그런데 이번엔 현직 검사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럴 해저드 문제가 터졌다. 도덕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할 국가의 리더들이 사리사욕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모럴 해저드’에 빠진 것은 심각한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의혹에 휘말린 당사자들이 거짓말로 변명하기에 급급하다는 점이다. 그 변명이 진실이라면 다행이지만 십중팔구 거짓말이다. 그러면 또다시 의혹이 생기고, 또다른 거짓말을 양산한다. 한개의 거짓말이 수십개의 거짓말을 만든다는 얘기다. 이러는 사이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도덕적 관념은 붕괴한다. 사회 지도층의 비리와 거짓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급했듯 국가의 명운命運이 여기에 달렸을지 모른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사업 차 몽고를 수십번 왕래했는데, 그때마다 풀고 싶은 수수께끼가 있었다. ‘1200년께 몽고 인구는 200만명, 군사는 10만명에 불과했는데, 칭기스칸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을까’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의 가슴에 와닿는 하나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칭기스칸은 군사들에게 “잘못하든 실패하든 ‘거짓말’을 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잘못이나 실패를 거짓말로 덮는 순간 내부는 썩어버릴 것이라는 게 칭기스칸의 신념이었던 거다. 더구나 거짓말은 내부를 분열시키는 나쁜 힘이 있다. ‘일당백’의 전투력을 원했던 칭기스칸이 거짓말을 금기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국가간 분쟁, 정부와 국민의 마찰, 대․중소기업의 불협화음, 노사간 대치 등 사회갈등 요소는 ‘거짓말’에서 싹튼다. 서로가 가슴을 열고 진실로 대하지 않는 순간, 갈등이 유발된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 경영을 할 때도 거짓말은 반드시 없애야 할 덕목 중 하나다. 특히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CEO에게 ‘거짓 보고서’가 올라가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사례를 들어보자. 수년 전 필자는 A기업을 감사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회사 자재부장이 납품기업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필자는 CEO에게 징계를 건의했지만 상황은 묘하게 돌아갔다. 자재부장은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감사 결과를 부인한 끝에 징계를 피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A기업 내부엔 ‘거짓말을 해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너나 할 것 없이 ‘거짓보고’를 일삼았다. A기업은 이런 모럴해저드를 이기지 못하고 부도가 났다.

반대 사례도 있다. B기업도 필자의 감사를 통해 A기업과 비슷한 건이 적발됐다. 하지만 B기업은 A기업과 달리 자재부장의 비리를 샅샅이 찾아내 CEO에게 보고했고, 자재부장은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이를 통해 B기업 안팎엔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B기업은 투명경영의 초석을 놓을 수 있었다.

이처럼 거짓 보고가 일상이 되면 진실은 사라지고, 잘못된 점은 고쳐지지 않는다. 반면 진짜 보고가 일상이 되면 진실이 힘을 발휘하고, 오류는 쉽게 고쳐진다. 비리가 판을 치는 지금, 우리 사회가 ‘거짓말을 금기시한 칭기스칸의 교훈’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