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 걱정 날리는 ‘한방’ 누가 터뜨릴까

런던올림픽 기대주

2012-07-27     박용선 기자

한여름 밤, 국민을 웃고 울릴 스포츠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2012 런던올림픽’ 기대주를 선정했다. 수영 박태환, 유도 왕기춘, 양궁 기보배 등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7월 28일부터 이들이 펼칠 감동 드라마에 국민의 관심이 런던으로 향하고 있다.

4년 전 ‘마린보이’라고 불린 앳된 소년은 이제 한국 수영을 짊어지는 청년으로 성장했다. 동양인 최초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우승, 한국인 최초 올림픽 수영 금메달 등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아온 박태환의 이야기다.

2012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쉼없이 담금질을 해온 박태환은 이제 결전만을 앞두고 있다. 2008베이징올림픽을 마친 후 4년 동안 박태환은 영욕의 세월을 지냈다. 2009년 로마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악몽을 겪었고,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과 지난해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부활’했다.

영욕의 세월을 거치는 사이 박태환은 한층 성숙한 선수로 성장했다. 수영하는 즐거움을 되찾았고, 그 때문에 어떤 고된 훈련도 묵묵히 소화했다. 체력, 기술이 업그레이드된 것은 물론이다.“저도 이제 월드클래스 선수예요”라고 당당히 말하는 박태환은 런던올림픽에서의 목표를 자유형 400m 세계기록 경신과 2연패로 잡았다. 박태환은 런던올림픽에서 자유형 200m와 400m, 1500m에 나선다.

마린보이, 금메달에 세계신까지 노려

약관의 나이에 이미 세계 정상권으로 우뚝 선 왕기춘은 남자 유도 73㎏급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들도 왕기춘을 2012 런던올림픽 우승 0순위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왕기춘의 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4년 전 ‘라이벌’ 이원희와의 치열했던 선발전으로 때 아닌 유도 붐을 일으켰던 왕기춘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엘누르 맘마들리(아제르바이잔)에게 13초 만에 한판패를 당한 것. 힘 한 번 써보지 못했다.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었지만 왕기춘은 갈비뼈 골절상을 안은 채 뛰었다.

왕기춘은 4년을 별렀다. 인고의 시간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짧았던 방황은 무척이나 굵었다. 2009년 10월 나이트클럽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왕기춘은 “은퇴하겠다”는 말을 남긴 뒤 수일 간 잠적해 유도계를 뒤흔들었다.

어렵게 맘을 잡고 돌아왔지만 라이벌들의 성장에 혼쭐이 났다. 초심으로 돌아갔다. 대부분 시간을 바깥이 아닌 매트 위에서 보냈다. 변화는 고스란히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왕기춘은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 중이다. 은퇴를 시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벼랑 끝이라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것이다.

‘미녀궁사’ 기보배가 세계 최강 선배들의 계보를 잇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여자양궁은 1984년 LA올림픽을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6연속 올림픽 금 과녁 계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제동이 걸렸다.

양궁 세계 랭킹 1위 기보배가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인 런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기보배는 아직 주요 국제대회(세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올림픽)에서의 개인전 메달이 없다. 하지만 국제양궁연맹(FITA) 양궁 월드컵 등의 대회에서는 두각을 나타냈다. 기보배는 7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여자 양궁팀 단체전에도 나선다.

이용대는 2008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약관의 나이였던 이용대는 이효정과 호흡을 맞춰 정상까지 오르며 단숨에 한국 배드민턴 간판으로 부상했다. 이용대-이효정 조 앞에는 국민남매라는 칭호가 따라 다녔다.

하지만 찜찜한 구석을 지울 수는 없었다. 예상치 못했던 남자복식에서의 실패가 마음에 걸렸던 것. 당시 전영오픈과 스위스오픈, 아시아선수권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석권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정재성-이용대 조는 1회전에서 덴마크 조에 덜미를 잡혀 허무하게 탈락했다.
4년이 지난 2012년, 이용대는 런던에서 베이징의 아픔을 씻어내려고 한다. 파트너는 여전히 정재성이다. 정재성-이용대 조는 부상에 시달린 몇 개월을 제외하고 꾸준히 함께해 왔다. 서로가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고 할 정도로 팀워크가 좋다. 현재 세계 랭킹 1위다.

라이벌은 세계 랭킹 2위이자 3회 연속 세계선수권을 거머쥔 차이윈-푸하이펑 조(중국). 두 조 모두 순항을 이어갈 경우 결승에서 만날 확률이 높다. 이용대는 “베이징 때 남자복식의 기대가 컸는데 1회전에서 탈락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며 “그것을 거울삼아 왜 안됐는지 분석해 왔고 그동안 잘 해왔다. 올림픽 이전 성적들도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면 꼭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장미란은 21살 앳된 나이에 처음 출전한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뒤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 이후로 ‘한국 역도의 간판’이 됐다. 전 세계 선수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이 동경하는 꿈의 무대다. 많은 선수들이 한 번도 출전하기 힘들다는 올림픽 무대에 장미란은 벌써 세 번째 선다.

아테네와 베이징, 앞선 두 번의 올림픽에서의 목표는 분명했다.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었다. 이번은 다르다. 오랫동안 세계 역도계의 정상에 올랐던 장미란은 욕심을 비우면서 더 큰 목표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동
시에 “올림픽을 즐기겠다”며 노련함과 풍부한 경험을 내비쳤다. 그는 힘만으로는 금메달을 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손연재 상승세 이을까

‘국민 체조 요정’ 손연재가 2012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의 새 역사를 쓴다.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 체조 요정’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국 리듬체조는 국제무대에서 여전히 변방에 속한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래서 손연재에게 거는 기대감이 더 크다. 상위 10위, 나아가 메달권까지 바라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손연재의 재능은 남달랐다. 2005년 열린 제34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자초등부 리듬체조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국내무대 우승을 휩쓸었다. 적수가 없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는 달랐다. 기라성 같은 경쟁자들이 넘쳐났다. 특히 서양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2011년에 접어들며 손연재의 연기가 세계무대에서도 통하기 시작했다.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손연재는 지난해 9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1위(상위 15위까지 올림픽 진출)를 차지해 당당히 런던행을 확정지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