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맺음’ 그 본질적 고민

크랭크인 | 우리들

2016-06-24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모두가 떠난 여름 방학식날. 외톨이 ‘선(최수인)’은 홀로 교실에 남아 있다가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만난다. 둘은 비밀을 나누며 순식간에 세상 누구보다 가까워진다. 방학 내내 붙어 지내며 생애 가장 반짝이는 여름을 보내는 선과 지아.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개학 후 학교에서 만난 지아는 낯선 얼굴을 하고 있다. 지아는 선을 따돌리는 ‘보라(이서연)’ 편에 섰고, 선은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 불안하다. 하지만 다시 가까워지고 싶은 선의 노력과 달리 둘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마는데…. 과연 선과 지아는 다시 ‘우리’가 될 수 있을까.
 
영화 ‘우리들’은 단편영화 ‘손님’ ‘콩나물’로 베를린영화제와 끌레르몽페랑영화제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윤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전작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집요하게 다뤄온 윤 감독의 진가는 이번 영화에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일상적이지만 특별하고, 평범하지만 비범하며, 동심童心인가 싶다가도 어른스러운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영화가 이토록 생동감 넘칠 수 있는 것은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주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이야기”라면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을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좋아하는 친구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과정들은 인간관계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무수히 반복되는 걸 보며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시나리오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본질에 대한 질문, 이를테면 ‘진짜란 무엇인가’였다. 스승이던 이창동 감독 역시 그에게 늘 “이게 진짜니?”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진짜’에 대한 고민은 촬영할 때도 계속됐다. 수차례에 걸친 오디션 끝에 ‘진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보석 같은 배우들을 발견했다. 감독은 사실적인 감동과 여운을 위해 대부분 연기 경험이 없는 아이들을 캐스팅했고,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모습을 이끌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 대본이 딱히 없었던 것도 배우들이 지문과 대사에 얽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도 인물의 솜털 하나, 숨결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섬세함으로 영화를 연출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감독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연기가 어린 배우들에게 혹여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돼 심리 상담 전문가를 초청해 대화의 시간을 갖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동안 감독은 줄곧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는 섣불리 어른으로서의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지켜나가는 것을 뛰어난 관찰력과 세밀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아이들의 치열한 이야기는 결국 어른인 우리의 이야기와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만 조금 더 복잡해질 뿐 여전히 ‘관계맺음’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이유로 영화 ‘우리들’은 어른과 아이 모두가 봤으면 하는 영화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