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지금이 정부 통계 옳다고 따질 땐가
청년 체감실업률 30% 넘는다는데 …
2016-06-21 양재찬 대기자
두 실업률 통계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실업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다. 정부 통계에서 실업자는 매월 15일이 낀 1주일 조사기간에 수입 있는 일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 또 지난 4주 동안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사람으로서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자여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한 청년 실업자는 지난해 8월 기준 34만5000명. 이를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로 나눈 실업률이 8.0%다.
여기에 통계청이 고용보조지표로 발표하는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알바를 뛰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생)와 잠재 경제활동인구(입사시험 준비생)를 더하면 청년실업자는 113만8000명으로 불어난다. 청년실업률도 22.6%로 높아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사실상 실업 상태인 청년들을 더 추가했다.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와 ‘그냥 쉬고 있다’는 청년들까지. 비자발적 비정규직은 연금ㆍ고용보험 등에서 정규직보다 열악하기 때문에,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쉰다는 청년들은 빈곤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실업 상태로 간주했다. 이렇게 따진 사실상 청년실업자는 179만2000명, 체감 청년실업률은 34.2%에 이른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끈했다. 임의적ㆍ자의적인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비자발적 비정규직은 취업자로 실업과 무관하다고 했다. 그냥 쉬는 인구는 실업자도, 취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실업률 보조지표에 포함하는 것은 국제기준에 맞지 않고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고용 통계, 특히 실업률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에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적극적인 구직활동 여부 등 설문방식을 일부 바꾸면 잠재실업률이 21.2%로 통계청 조사방식(4.8%)보다 4배 이상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때도 통계청이 항의했고, 문제의 보고서는 KDI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 기본통계 중 불신을 받는 대표적인 것이 물가와 실업 통계다.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과 너무 동떨어져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통계청도 2000년대 중반부터 체감실업률 지표 개발을 약속했다. 그러나 차일피일 시간을 끌더니만,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 따라 지난해부터 3가지 고용보조지표(1~3)를 내놓기 시작했다.
고학력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직군별ㆍ계층간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한국적 고용 현실을 반영하는 더욱 다양한 고용지표 개발이 절실하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공식 실업통계 U3 외에 다섯가지 보조 통계를 발표한다. 지난 5월 공식 실업률(U3)은 4.7%인데 체감실업률(U6)은 9.7%로 두배를 넘어선다. 다인종 국가라는 현실을 인식해 성별ㆍ연령대별 실업률은 물론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 인종별 실업률도 함께 발표한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정부 공식통계로도 청년실업률은 어느새 두자릿수를 맴돌고 있다. 2011년 중동과 아프리카 대륙에서 장기 독재정권을 연쇄적으로 무너뜨린 ‘아랍의 봄’은 높은 청년실업률과 물가가 도화선이었다. 민간ㆍ국책 연구소 가리지 않고 국가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이리저리 해석하는 것은 권장할 일이지 타박할 거리는 아니다. 오히려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고맙게 여겨야 한다.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보면 공식 실업자는 물론 비자발적 비정규직이나 그냥 쉰다는 청년들을 위한 처방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정부 3.0 슬로건에도 맞다. 정부 보유 데이터를 적극 개방ㆍ공유하고 협력하는 ‘데이터 민주화’를 통해 우리 사회 전체가 청년 일자리 확충에 힘을 보탤 때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