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마음이 다쳐도 학대입니다”

아동학대, 미필적 고의도 처벌대상

2016-05-12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아이를 학대하는 행위가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저항력이 약한 아이를 상대로 저지른 행위이기 때문이다. 흔히 육체적 학대만 생각하는데, 정신적 학대도 문제가 크다. 가슴에 큰 가시를 박는 격이라서다.

손을 찌른 가시는 빼내기만 하면 통증을 잊을 수 있다. 하지만 가슴을 찌른 가시는 한참 시간이 흘러도 그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부모나 다른 어른이 무심코 던진 ‘모진’ 한마디나 그 밖의 ‘정서적인 공격’이 바로 가슴을 찌른 가시다. 이런 상처는 성년이 돼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런 다양한 공격으로부터 아이들이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 이에 따라 아이들이 건강하게 출생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아동복지법’이 제정된 이유다. 여기서 아동이란 18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에게 행해서는 안 되는 금지행위를 규정하고 있고, 제71조 제1항 제2호를 통해 금지행위 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금지행위 중 ‘정서적 학대행위’, 다시 말해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있다.

A씨는 어린이집 원장이다. 그는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빨간색 천으로 싼 스펀지로 4세인 아이의 머리를 1회 세게 때렸다. A씨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됐다.

A씨의 행위가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 먼저 ‘정서적 학대행위’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했다. “유형적인 힘의 행사를 동반하지 않은 정서적 학대행위나 유형적인 힘을 행사했지만 신체의 손상에는 이르지 않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 행위다. 현실적으로 아동의 정신건강과 그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런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원은 덧붙였다. “반드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행위로 인해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

다시 사건을 보자. A씨는 “스펀지 블록으로 아이의 머리를 때린 것은 맞지만 이는 어린이집 재롱잔치 준비를 위한 연습 도중에 질서유지를 위한 훈육 차원에서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가볍게 아이의 머리를 한 대 친 것에 불과하다”면서 “아이를 학대할 의도로 한 행위가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머리를 때린 일이 아동을 학대할 의도로 한 행위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훈육 차원에서 스펀지로 머리를 때렸더라도 아이가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결국 A씨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아이들도 누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 예민하게 느낀다. 그런데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존재로부터 언어로든 물리적으로든 공격을 받는다면 스스로를 방어할 방법이 없다. 그 상처는 잠재의식 속에 깊이 저장돼 미래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적절히 치유받지 못한다면 말이다. 신체적 학대행위 못지않게 정서적 학대행위가 행해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 더스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