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벽 교수, 통큰 계산 하는 대인배가 되라
청춘 멘토링(36)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 편
2016-05-09 이필재 대기자
조벽(60) 교수는 집단지성 시대에 인성이야말로 실력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자신을 다스리는 자기 조율, 타인과의 관계 조율, 자기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공익 조율에 능한 사람이 되라고 조언했다. 인류의 삶에 이바지하겠다는 꿈도 그 연장선에서 성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류의 삶에 도움을 주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온갖 장애물을 넘어 초지일관, 이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멘토가 멘티에게
인류의 삶에 도움을 주겠다는 꿈을 실현하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그 전에 사고 방식, 삶의 양식을 그런 목표에 맞춰 조율해 보세요. 일종의 자기 조율이죠. 이렇게 자기 감정을 다스리는 한편 어떤 행동을 하기 전 감정의 상태와 생각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공동체와의 관계도 잘 조율해야 합니다. 나는 이를 각각 관계 조율, 공익 조율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타인과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 건 장기적으로 나에게도 이익이라는 윈윈의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먼저 눈앞의 이익을 따지기보다 이런 통큰 계산을 할 줄 아는 대인배가 되세요. 이런 마인드를 인류의 차원까지 확장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런 생각을 품고 살다 보면 인류의 공영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모는 여러분이 살아갈 시대가 아니라 자신들이 경험한 현실을 기준으로 판단을 하기에 그런 꿈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여러분 부모가 겪은 현실은 지나간 과거입니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거죠. 부모 세대를 지배하는 경험, 감정적 기억 어떤 의미에서는 초감정(Meta-emotion)에 휘둘리지 마세요. 기질적으로는 청개구리형이 되세요. 10~20대에 세계적으로 한국을 빛낸 젊은이는 거의 대부분 청개구리형입니다. 적어도 한국의 교육 시스템상 모범생은 아니에요.
인류를 위해 공헌한 과학자 가운데 롤 모델을 찾아 멘토로 삼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나도 언젠가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자기 동기 부여의 좋은 동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안팎의 여러 장애물에 부닥칠 겁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이런 저런 실패도 겪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하겠죠.
이런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려면 회복 탄력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넘어질 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뿐더러 알파고처럼 갈수록 더 강해져야 합니다. 배터리로 작동한다고 가정하면 배터리의 용량이 커져야 합니다. 그래야 더 큰 걸림돌이 나타나도 뛰어넘을 수 있죠.
이때 필요한 게 긍정심, 긍정의 마인드입니다. 객관적으로 이래서 안 되거나 저래서 안 될 수 있습니다. 그게 팩트라 하더라도 그래서 포기하거나,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건 선택입니다. 명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은 열두척의 배로 133척의 함대와 싸워 적선 31척을 격파했습니다. 12대 133은 객관적 팩트입니다. 해전이 아직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그래도 이길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이기는 선택을 한 거죠. 요행이었을까요? 나는 승리에 대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안을 찾아낸 거죠. 창의력과 리더십은 비전 내지는 긍정심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부정심을 품은 사람의 선택은 실패로 끝나지만 긍정심을 지닌 사람이 한 선택은 성공으로 귀결됩니다. 이때 객관적 팩트에 근거한 현실적 마인드는 오히려 심리적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죠.
긍정의 선택은 성공으로 귀결
인류의 삶에 도움을 주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너무 이상주의적이라거나 꿈도 야무지다고 할지 모릅니다. 그런 시각이 객관적인 현실 인식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포기하는 선택을 하면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과학자가 될 가능성은 그 즉시 사라집니다.
반대로 그런 회의적인 시선, 심리적인 장애를 딛고 끊임없이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꾸준히 도전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외면하면 성공이라는 결과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결과를 손에 넣는 위대한 사람이 소수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그런 자세를 자신의 삶의 양식으로 만드는 겁니다. 이순신이 이긴 스물세번의 해전 사이사이는 그런 삶의 양식을 견지한 일상사로 채워져 있습니다. 백성에게 군량미를 나눠주기도 했고 희망을 주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과학자가 못 된다 하더라도 이런 삶을 살면 가치 있는 인생을 사는 겁니다. 무엇이 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 보라는 거예요.
흔히 “실력이 없으면 인성이라도 좋아야지”라고 말합니다. 이 말엔 ‘인성은 실력과 별개’, ‘실력이 없을 때 비로소 필요한 게 인성’이란 뜻이 함의돼 있어요. 인성을 마치 실력이 없어 착한 척하고 공손하게 구는 처세술 정도로 여기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그런데 인성이야말로 중요한 실력입니다. 1등 인재가 되는 데 필수적인 요소죠. 인성이란 한마디로 ‘더불어 잘사는 힘’입니다. 집단 지성 시대엔 천재 한 명이 1만명을 먹여 살릴 수 없습니다. 인류를 위해 공헌하려는 과학자도 팀워크를 중시해야 하는 시대가 됐어요.
이공계 학생은 자신의 전공을 하나의 학문 영역으로 볼 게 아니라 과학적 사고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어떤 현상이든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져야죠. 스스로 자문도 해 보고요. 그럴 때 사물과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생깁니다. 대학 시절 쌓은 지식은 다 기억한다고 하더라도 머지않아 구닥다리가 됩니다. 머릿속에 남는다 해도 별 의미가 없어요.
이공계뿐 아니라 대학에서 쌓은 지식이 곧 무용지물이 되는 시대가 옵니다. 암기력과 연산 능력은 알파고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암기력이 아니라 생기력生氣力을 키워야 하는데 그 핵심이 바로 인성이죠. 긴 안목으로 내다볼 때 자기 조율, 관계 조율, 공익 조율 잘하는 사람이 무엇이든 잘하는 시대가 옵니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5분의 1일 3~4개월 만에 자기 발로 걸어나오는 시대입니다. 여러분이 살아갈 세상은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4번 바꾸는 시대입니다. 평생 학습해야 시대에 가장 확실한 무기는 바로 인성이죠. 그 모델이 송중기가 연기한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입니다. 진심과 양심, 인류애로 표현된 이타심이 인성의 요소죠.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