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하나 못 떼는 데 웬 튜닝?
김필수의 Clean Car Talk
3년 전 정부는 국내 자동차 튜닝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튜닝산업을 창조 경제의 일환으로 삼겠다는 거였다. 튜닝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유망한데다 고용창출, 새로운 먹거리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튜닝산업의 규모는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선례에 비춰봤을 때 4조~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튜닝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모터스포츠까지 고려하면 총 5조~6조원의 시장이 확보되는 셈이었다. 그러나 현재 국내 튜닝산업의 실질적인 규모는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성장 가능성에 비해 초라한 수치다. 지난 3년 동안 제자리걸음만 했다는 평가다. 정부가 약속한 튜닝산업 활성화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튜닝산업이 활성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자동차 구조변경제도를 정리하고 있고 인증제도도 추진하고 있으니 좀 더 기다리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같은 방법으로는 튜닝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되레 정부가 내놓은 인증제도가 기존 튜닝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여 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야 한다. 필자가 ▲선진국형 구조변경제도 재정립 ▲소비자 중심의 원스톱 서비스 ▲튜닝 전문 기업 육성 ▲최소한의 민간차원 인증제도 등을 통한 제품 신뢰성 구축 ▲다양한 튜닝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모터스포츠와 연계된 각종 대회와 전시 등의 다양한 즐길 거리가 다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선진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 미국을 비롯한 자동차 선진국은 안전ㆍ배기가스ㆍ소음 등 3가지 항목을 제외하고는 민간 차원에서 튜닝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믿을 수 있을 만한 민간 차원의 인증제도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개인이 엔진과 변속기를 사다가 자기 집 뒤뜰에서 튜닝한 차를 타고 곧바로 길거리를 나가도 될 정도로 제도적 기반이 튼튼하다.
문제는 또 있다. 튜닝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야할 주무부처와 협회가 샅바싸움에 여념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두 개의 협회를 내세워 기득권 유지에만 힘쓰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튜닝산업의 활성화가 뒷전으로 밀린 지는 오래전이다. 최근엔 관련 협회가 추가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협회 간 세 불리기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시작될 거란 우려가 있어 향후 1~2년은 개선된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울 공산도 크다.
그렇다고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올 7월 7일엔 국내 대표 튜닝모터쇼인 서울오토살롱이 개최된다. 이때 두 주무부처와 협회를 초빙해 국내 튜닝산업의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국내 자동차 튜닝산업 활성화 가능 여부가 판가름 나는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규제와 활성화를 책임진 정부에 있다. 진정한 튜닝산업의 활성화를 원한다면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을 위하는 자세로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