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에서 1%로 ‘운명의 장난’
크랭크인 | 라스트 홈
2016-04-08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집을 나온 데니스와 가족들은 모텔 생활을 시작한다. 그런 데니스 앞에 집을 차압했던 부동산 브로커 ‘릭 카버(마이클 섀넌)’가 다시 나타난다. 보수는 많이 줄 테니 자신과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해온 것. 빼앗긴 집을 되찾기 위해 데니스는 릭의 손을 잡는다. 그러나 데니스가 하게 된 일은 자신처럼 주택 대출금이 연체된 사람들을 내쫓는 일. 주저하는 데니스에게 릭은 이렇게 말한다. “100명 중 한 명만 방주에 타는 거야. 나머지 99명은 가라앉는 거지.” 결국 데니스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1%의 편에 선다.
영화 ‘라스트 홈’은 2008년 전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바탕으로 했다. 얼마 전 개봉했던 ‘빅 쇼트’와 같은 소재다. 그러나 빅 쇼트가 주로 금융가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라스트 홈은 그 이후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준다.
데니스 내쉬를 연기한 앤드류 가필드는 캐릭터 분석을 위해 모텔 촌에서 홈리스 가족과 2주간 생활하기도 했다. 그는 “강제 퇴거를 당해본 적은 없지만 가족들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이클 섀넌은 자신이 연기한 릭 카버를 “만족을 모른다. 언제나 더 많이 원하고 사업을 확장시킬 기회를 노리는 야수 같은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악독한 부동산 브로커 릭은 악역임에도 많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가 상위 1%가 된 것은 가난했던 아버지를 닮지 않으려고 발버둥친 남다른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이번 역할을 위해 실제 부동산 브로커들과 함께 생활하며 직접 퇴거 현장을 방문했다. 마이클 섀넌은 보금자리를 뺏는 이들과 지키려는 이들이 뒤섞인 현장의 긴장감을 몸소 체험하며 연기에 현실감을 더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라민 바흐러니 감독은 2008년 ‘굿바이솔로’로 베니스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바흐러니 감독은 대중적인 소재를 날카로운 시각으로 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라스트 홈은 미국 경제위기의 진원지로 평가받는 플로리다 주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감독은 빠른 전개와 생생한 긴장감 전달을 위해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하지 않고 직접 들고 찍는 핸드헬드 촬영 기법을 썼다. 또한 부동산 브로커, 강제 퇴거민 등을 실제 인물로 섭외하는 파격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영화 속 인물들의 극적인 감정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흐러니 감독은 “(촬영 전에) 누가 실제 인물이고 누가 배우인지 알려주지 않았다”며 “그 결과, 출연진 모두 완벽하게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고 어떤 변수에도 순발력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실제 인물을 캐스팅해 현실감을 더한 라스트 홈은 골든글로브를 비롯해 수많은 상을 휩쓸고 있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