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취약계층 공약]함께 숨쉬겠다는데 울타리를 쳤네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 자립할 환경 만들어야

2016-04-07     고준영 기자

선거철이 되면 때아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계층이 있다. 장애인, 다문화가족, 저소득층 등이다. 선거철에 양복을 벗어던진 금배지들이 쪽방촌을 찾는 건 연례행사나 다름없다. 하지만 관심은 그때뿐이다.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회취약계층의 존재는 잊힌다. 그래서인지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공약도 현실과 동떨어지기 일쑤다.

우리나라의 등록된 장애인 수는 2014년 기준 249만명이다. 그해 등록된 외국인 주민수는 157만명이고, 다문화가정 학생수는 약 7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미등록 인원까지 포함하면 국내 장애인ㆍ다문화가정 인구는 적지 않은 수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런 사회취약계층을 향한 관심은 선거철에만 반짝 불타오를 뿐이다. 표심票心을 자극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심은 거기서 끝이다. 사회취약계층을 국회 안으로 끌고 들어가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당도, 금배지도 많지 않다. 하려 해도 현실의 높은 벽 앞에 고개를 숙이기 일쑤다. 각 정당의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공약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저 장애인 관련 공약을 보자. 새누리당은 특수학교를 증설하고 지역별 재활병원과 장애인보건센터를 확대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장애인 시설을 늘려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연금과 보험수혜를 확대하는 등 재정 지원을 늘리고 탈脫시설 지원체계를 강화해 사회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방책을 세웠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공약도 더불어민주당과 비슷하다. 쉽게 말해, 여당은 장애인을 위한 울타리, 야당은 장애인이 뛰놀 만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ㆍ야의 노선이 확실히 갈린 셈이다. 최광훈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현재 장애인 정책은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라면서 “보호가 아닌 보조, 재활이 아닌 적응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활 목적으로 시설에 몰아넣는 것은 의미 없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면서 “장애인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예산도 적게 들어 지속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야당의 사회참여 증진책을 높게 평가한 셈이다. 그렇다고 야당의 공약이 무결점인 것도 아니다. 장애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야권 3당은 지난 2월 장애인총선연대가 제시한 공약을 그대로 수용한 것일 뿐 더 발전된 것도 더 구체화한 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저소득층 공약은 어떨까. 새누리당은 저소득층 자녀 교육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저소득층 자녀가 영재교육 체계에서 소외받지 않도록 지원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중심 공약이다. 국비유학생 선발도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저소득층 교육을 위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ㆍ고용보험료를 지원함과 동시에 응급주거 등 주거빈곤층 지원책을 늘리겠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공약이 대동소이한 국민의당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의 연계를 폐지해 누수 없는 재정지원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공약은 별다른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포인트를 잘못 짚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원한 전문가는 “지역금융복지센터를 통해 저소득층의 신용을 회복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정의당만이 유일하게 취약계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에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신나는 조합’의 한 관계자와 이창호 더불어 사는 사람들 상임대표도 주요 정당의 공약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저소득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용회복”이라면서 “창업을 하려 해도 신용도가 낮아 금융기관을 이용하는데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광훈 소장은 “사회취약계층도 일반 국민이기 때문에 특별취급할 필요는 없다”면서 “하지만 정치권이 취약계층을 위한 보호책에만 골몰하다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공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