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혁신은 생각 공유

「공유경제의 시대」

2016-03-28     노미정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35살 레슬리입니다. 호주 퍼스(Perth) 다운타운에 있는 ABC Inc.에서 웹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이번에 두달간 뉴질랜드로 출장을 가게 돼 제 방을 맡아줄 깔끔한 분을 찾는 중입니다. 방 렌트비는 월 400달러예요. 제 룸메이트 스테파니에게 주시면 됩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즐기고 있던 이아람씨는 호주 퍼스에서 머무를 곳을 찾던 중 레슬리의 글을 발견했다. 조건이 마음에 든 아람씨는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두 사람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계약 날짜를 정했다. 계약 당일 아람씨는 레슬리의 집에서 계약서에 사인하고 짐을 풀었다. 레슬리는 두달 동안 비어 있을 방을 ‘세’ 놓아 렌트비 부담을 덜어 좋고, 아람씨는 가성비 좋은 방에서 지낼 수 있어 좋다.

아람씨와 레슬리의 사례를 경제학 개념으로 정의하면 ‘공유경제’다. 전 세계 여행자에게 내 집 일부를 숙소로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가 바로 이 공유경제의 대표 사례다.

지금까지 ‘에어비앤비’를 거쳐간 고객만 해도 6000만명이 넘는다. 창업 9년째인 ‘에어비앤비’는 현재 190여개국에서 200만개 넘는 방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호텔 사업에 수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것과 달리 ‘에어비앤비’는 창업자의 소자본과 남는(잉여) 방을 투자하겠다는 전 세계 개인들이 모여 지금의 성과를 거뒀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인물 100인’에 선정된 로빈 체이스가 공유경제에 관한 책을 들고 찾아왔다. 그는 2000년 미국의 차량 공유업체 ‘집카(Zipcar)’의 공동창업자다.

‘집카’는 소비자가 시간 단위로 요금을 내고 차량을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다. 대부분의 사람이 차를 소유하고 있지만 정작 타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시작한 사업이다. 개인의 잉여자산을 공유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에어비앤비’와 맥을 함께 한다.

저자는 ‘특허·저작권·증명서 등을 통해 자산을 독점해 이익을 얻는 것’을 자본주의의 구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잉여자산을 공유하고 많은 개인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참여자가 잉여자산의 새로운 용도를 계속해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많이 쓰는 GPS 기능도 인공위성 자료와 연구개발 성과가 공공부문에서 공유되는 대표 사례다.

저자는 자원의 공유가 최고의 효율을 낳고, 생각의 공유는 최고의 혁신을 낳는다고 말한다. 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경제 막바지인 지금, 새로운 공유경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