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장수비법은 없다

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2016-03-11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필자의 고향인 강원도 철원에 가면 덕고개라 불리는 장수마을이 있다. 노인을 공경하는 젊은이가 많고, 쾌적한 환경 탓에 노인들이 평온하게 오래 사는 곳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럴까 싶다.

말이 장수마을이지, 젊은 사람이 없다 보니 평균 연령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아기 울음소리라도 들려야 평균연령을 확 낮출 텐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치원도 없고 아기 분유라도 사려면 몇십리를 가야 하는 곳에서 어느 여자가 애를 낳고 살겠나. 그러니 역피라미드형 인구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시골에는 노인만 남았다. 대학가 주변에 장수마을이 없듯, 지역 특성상 노인들만 남은 것이지, 그곳에 사는 모든 연령층이 고루 천수를 누리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워낙 고령자가 많다 보니 특별한 장수비법이라도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미디어를 끌어들인다. 그러나 감탄할 일이 아니다. 일찍이 돌아가신 분들은 마을에 없고 생존한 분들만 남은 거니까. 필자가 단언컨대 특별한 장수비법 따위는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다. 아흔살의 노인이 나무 아래에 앉아 코를 파고 있으면 그게 장수 비법이 되는 세상이다.

외국은 더 엉망이다. 사람의 발길조차 끊긴 곳에 장수 노인들이 신선처럼 모여 산다는 신비주의를 표방한 다큐멘터리가 끊이지 않고 제작된다. 대표적 장수 지역으로 알려진 히말라야의 서쪽 끝자락 훈자 지역을 예로 들어보자.

파키스탄 땅인 이곳의 생활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가축과 사람이 혼재하는 지저분한 위생 상태, 전염병, 동물의 습격, 높은 유아 사망률과 문맹, 전무한 의료혜택 등 그 어느 것도 장수 요인과 부합하지 않는다. 비바람과 추위, 동물의 습격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과 전기ㆍ상수도 시설 없이 자연에서 버틸 수 있는 인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장수했다면 그들의 유전적 요인과 생활 방식을 돌아보는 것이 옳다.

훈자인들을 짐꾼으로 고용한 외지인들은 한결같이 이들의 정력과 인내심, 그리고 유머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낙천적이고 참을성 강한 이들의 성격이 장수에 불합리한 요인을 상쇄하고 남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장수인들의 성별 연령비를 살펴보자. 훈자 남성들은 120~140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100세 이상의 남성이 훨씬 많다는 것에서부터 뭔가 삐걱거린다. 전 세계 그 어디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장수한 사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이 오래 사는 것은 여성 호르몬과 관련이 있으므로 특정 지역에 국한될 일이 아니다. 사냥을 하거나 힘든 노동을 하는 등 사회적 요인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으로도 남성은 여성보다 단명하게 돼 있다.

외딴곳에 존재하는 특정한 한두가지의 요인으로 인간이 천수를 고무줄처럼 늘릴 수 있을까. 장수 지역의 허구와 실상을 다음호에서 꼬집어 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