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현실 발랄한 기록
크랭크인 | 소꿉놀이
2016-03-02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 기자
이 영화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20대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인 임신, 결혼, 육아, 그리고 취업을 고민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재기발랄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특히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기 사연으로 여길 만한 에피소드를 통해 공감을 얻어 낸다. 출산과 결혼 이후에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으려는 주인공 수빈이 바라본 한국의 결혼제도, 육아, 시댁살이를 적나라하게 펼치기 때문이다.
독립할 능력이 없어 시댁살이를 선택한 수빈과 강웅. 이후 시작된 결혼 생활은 로맨틱과는 거리가 멀다. 집안일과 육아에 치이면서도 돈을 벌고 꿈을 위해 공부도 해야 한다. 밤낮없이 울어대는 딸 ‘노아’는 집안을 어지럽히며 수빈을 힘들게 하고 남편 강웅은 자신의 꿈을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가장의 역할까지 떠맡게 된 수빈은 더욱 힘겨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영화가 그리는 또 다른 갈등은 시댁살이다. 예술가 집안에서 자라 누구보다 개방적인 수빈과 30여년 모진 시집살이를 견딘 시어머니 ‘순천’은 사사건건 충돌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고부 갈등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수빈과 비슷한 아픔을 겪은 시어머니를 통해 여성간의 연대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여기에 딸을 가진 엄마의 입장과 자신이 시어머니라면 어떻게 할지 얘기하는 친정엄마와 함께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모습은 관객에게 큰 깨달음을 선사할 것이다.
영화 ‘소꿉놀이’는 주인공이자 감독인 김수빈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감독인 수빈과 강웅이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결과, 아이를 낳은 후 급변하는 육체와 부부관계, 청소 문제로 남편과 다투는 사소한 순간까지 결혼생활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감독부터 주연 배우까지 1인 2역을 소화한 김수빈 감독은 “실제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관객이 ‘맞아 나도 그랬어’ 하며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부부와 가족들의 사생활까지 영화에 담았다”고 말했다.
가족의 은밀한 이야기를 거침없고 솔직하게 보여주는 ‘소꿉놀이’는 작위적인 설정에 지친 관객에게 가족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담담한 어조로 이어지는 내레이션과 자막ㆍ애니메이션 등을 곳곳에 삽입해 영화 특유의 발랄함을 유지한다.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결혼 생활의 고충과 현실적인 문제를 유쾌하게 그려낸 ‘소꿉놀이’는 힘겨운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젊은이에게 희망을 선사할 것이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 기자 guhson@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