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건물 있는 토지 경매로 샀다면…

내 땅에 타인의 ‘미완공 건물’ 있다면…

2016-02-17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건물이 있는 토지를 경매로 샀다. 그런데 건물주가 법정지상권을 주장하며 철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토지사용료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3년 넘도록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 토지 매입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A씨는 자신 소유의 토지 위에 3층 빌라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건설사가 부실공사를 하면서 분쟁이 발생했고, 급기야 공사는 멈추고 말았다. 완성된 것은 1층이 전부였다. 부실공사를 한 건설사를 어렵게 떼어냈지만, 자금 사정이 극도로 어려워졌다.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건축비로 사용했는데, 이자 부담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이자를 못 내자 은행은 토지의 경매를 진행했다.

B씨는 경매 절차를 통해 그 토지를 낙찰받았다. 싼 가격에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B씨는 흡족해 했다. 건물은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철거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A씨가 ‘자신에게 법정지상권이 있으므로 건물을 철거할 수 없다’며 버티는 것이 아닌가. 법정지상권은 무엇일까. 현행 법률에 따르면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였다가 경매로 의해 토지와 건물이 서로 다른 사람의 소유로 됐을 때, 건물의 존속을 위해 건물소유자에게 토지사용권을 인정한다. 이를 법정지상권이라 한다.

문제는 건물이 완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도 건물로 인정을 해주는 걸까. 일단 독립된 부동산으로의 건물은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있으면 된다. 일부 층만 완성된 경우는 어떨까. 대법원의 입장을 보자. “신축 건물은 경락 당시 미완성 상태였지만 독립된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일부 층이 독립된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면 전체가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건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씨에겐 법정지상권이 인정된다.

건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 B씨는 자신의 경솔함을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토지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법정지상권자라고 하더라도 해당 토지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B씨는 A씨를 상대로 지료地料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그리고 기나긴 소송 끝에 1년에 1000만원의 지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하지만 A씨는 판결이 확정된 후 2년이 지난 후에야 밀린 지료를 지급했다. 판결 확정 전을 포함하면 3년 넘게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의기소침해 있는 B씨에게 아는 변호사가 지상권소멸청구권을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지상권소멸청구권은 또 무엇일까.

지료를 지급해야 하는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체납한 경우 지상권설정자는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의 입장을 보자. “지체된 지료가 판결 확정의 전후에 걸쳐 2년분 이상일 경우에는 토지소유자(지상권설정자)는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지료의 지체가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 이상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의 기간까지 포함해 2년 이상이면 된다는 것이다.

A씨는 판결이 확정된 후 2년이 되기 전에 지료를 지급했지만, 지료를 지급하지 않은 전체 기간은 3년이 넘는다. 따라서 B씨는 A씨를 상대로 법정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고, 건물의 철거도 요구할 수 있다. 법정지상권을 둘러싼 거듭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 더스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