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Cover] 전문가의 유혹, 일단 귓등으로 흘려라

국제금융시장 혼란기 투자전략

2016-01-27     강서구 기자

투자에 성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변수를 뚫고 무언가를 값싸게 샀다가 비싸게 되파는 건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고서야 운에 맡기거나 통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의 말에 현혹돼 섣불리 투자를 단행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를 걱정하는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저성장 기조, 중국 경기둔화, 신흥국 부진, 저유가 등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악재가 가득해서다. 여기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수많은 변수를 생각하면 경제 전망이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연구기관은 물론 국내 국책ㆍ민간연구기관에서 쏟아내는 경제 전망의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등 글로벌 금융기관은 때마다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와 주요 경제여건, 방향성 등을 제시한다.

하지만 전망의 정확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 실제로 2014년 4월 IMF는 보고서를 통해 2014년과 2015년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3.6%, 3.9%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성장률은 3.4%와 3.1%에 머물렀다. 그해 6월 OECD는 한국의 2014년2015년 GDP 성장률을 각각 4.0%, 4.2%로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특히 OECD는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을 2.7%로 예상하며 1년 반 만에 1.5%포인트나 낮췄다. 사실 국내외 주요기관이 발표하는 GDP 전망은 수정치다. 일정한 수치를 제시한 이후 경기변동에 따라 새롭게 수정된 전망을 계속해서 발표한다. 이는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워낙 다양해 정확한 예측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주요기관이 내놓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시점에 관한 전망은 번번이 빗나갔다. 금리 인상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인상 가능 시점을 둘러싼 전망이 쏟아졌고 지난해 상반기 혹은 하반기 초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은 12월이 돼서야 금리 인상에 나섰다. 팀 하포드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가 “경제학자가 할 일은 위기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해결책을 조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망이 어려운 것은 투자도 마찬가지다. 주식부동산외환금 등 자산을 불리기 위한 모든 투자의 기본은 싼 가격에 사서 비싸게 되파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원리에도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는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언제, 그리고 얼마나 오를지 알 수 없어서다. 또한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라면 투자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게 된다.

문제는 전문가가 제공하는 투자전망의 정확도가 낮다는 것이다. 대표 분야가 주식시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의 2015년 증시 전망은 실패했다. 주요 증권사는 지난해 증시의 방향성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전망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참담했다. 코스피지수는 2159.80포인트를 찍은 지난해 4월 24일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향세를 탔다. 결국 1961.31포인트로 2015년을 마감했다. 예상과 달리 전형적인 ‘상고하저上高下低’의 모습을 보였다는 얘기다.

개별종목의 분석능력도 떨어진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가 1년 전 제시한 목표주가의 적중률은 28%에 불과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증권사가 제시하는 목표주가의 정확도가 20~30%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10개 종목의 목표주가를 제시하면 7~8개 종목을 틀린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의 기업이익 추정치의 정확도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2014년 한국 증권사의 기업이익 추정치 정확도는 81%로, 주요 45개국 중 36위에 그쳤다. 국내증권사들이 시장참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다. 기관투자자만큼 정보를 확보할 수 없는 개인투자자는 의지할 만한 언덕이 없다. 경제전망은 물론 투자전망까지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발생한 변수만 해도 얼마나 많나.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가 벌어질지 누가 알았겠는가. 올해는 또 어떤가. 새해 벽두에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시끌시끌하지 않았는가. 개미가 살아남기 쉬운 시장이 아니다.”

투자자 스스로 노력해야

이뿐만이 아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기 위한 각양각색의 투자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게다가 투자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남의 말을 믿고 베팅을 했다간 쪽박을 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전문가는 투자정보와 상품을 제공하지만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투자자 본인”이라며 “결국 투자자 자신의 돈을 쓰는 일인 만큼 스스로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시장에서 믿을 건 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