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의 사랑, 비극의 시작
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2015-12-11 김현정 체칠리아|성악가(소프라노)
공포소설이라고도 불리는 고딕문학의 시초는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이 1764년에 쓴 「오트란토의 성」 이라는 소설이다. 영국 출신의 작가 브람 스토커가 1897년 발간한 「드라큘라」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고딕소설을 널리 알렸고 이후에는 ‘프랑켄슈타인’까지 소설에 등장한다. 특히 고딕소설의 대표작가인 월터 스코트(Walter Scott)의 작품은 오페라 대본으로까지 사용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고딕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원수 가문 사이의 금지된 사랑, 성을 둘러싼 어두운 배경 그리고 주인공의 광란狂亂이 공포소설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또한 피를 잔뜩 묻히고 하얀 가운을 입은 실성한 여인은 흡혈귀를 연상하게 만든다. 게다가 그 여인이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는 오페라의 백미로 꼽힌다. 이 아리아는 세기의 소프라노들이 30분가량 개인기를 발휘하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1막 = 무대는 16세기 스코틀랜드의 라벤스우드(Ravenswood) 궁성. 이 성은 한때 라벤스우드 가문의 소유물이었지만 지금은 아쉬톤(Ashton) 가문의 성이다. 그 성에서 ‘엔리코 아쉬톤’이 근심 가득한 모습으로 노래를 하고 있다. 그는 정치 싸움에서 밀렸다. 새롭고 강력한 연합이 필요한 상황으로 그의 여동생 ‘루치아’가 ‘아르투로 버클로우’경과 혼인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얼마 전 어머니를 잃은 루치아가 혼인을 거부하고 있다.
엔리코의 충신인 ‘노르만노’는 그녀에게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녀가 매일 궁성의 광장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있어서다. 그는 예전 루치아가 미친 황소의 공격을 받았을 때 황소를 죽이고 루치아의 목숨을 살려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남자가 원수 집안인 라벤스우드가의 ‘에드가르도’로 밝혀지면서 엔리코의 분노를 산다.
늦은 밤 광장의 분수 옆, 루치아를 걱정하는 시녀 ‘알리사’가 그녀가 겪을 고통을 걱정하며 헛된 사랑을 끝내라고 하지만 루치아는 말을 듣지 않는다. 이후 에드가르도가 도착하고 그녀에게 프랑스로 떠나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그 전에 그녀의 가문과 화해를 하고 그녀에게 평화의 증거로 청혼을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엔리코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루치아는 그에게 조금 더 기다려 달라며 설득한다. 두 연인은 헤어지기 전 반지를 교환하고 결혼을 약속하는데…
김현정 체칠리아|성악가(소프라노) sny40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