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 해결사, ‘팔색조 푸틴’

파리테러로 바뀐 푸틴의 입지

2015-11-24     김다린 기자

국제사회의 왕따 취급을 받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지가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를 계기로 ‘해결사’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서방국가 정상들이 올해 터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대테러 공조를 논의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입지가 변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번 G20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하는 사진이 찍히는가 하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비롯한 유럽연합(EU) 정상들이 푸틴과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는 보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G20 정상회의에서 공동선언문이 발표되기도 전에 혼자 회의장을 나와 러시아로 떠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G20 수장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했었다.

푸틴 대통령의 위상이 변한 건 제2, 제3의 파리테러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카드를 러시아가 쥐고 있어서다.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리아 내전이 해결돼야 한다. 흥미롭게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자는 푸틴 대통령이다. 지난 9월 러시아가 시리아 공습을 시작하면서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러시아와의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테러 위협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각국 정상이 러시아를 무시할 수 없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