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진짜 공포의 대상인가

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2015-11-13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로또에 당첨된 의사에게 소감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더는 불필요한 수술을 안 하게 되어 기쁘다고. 돈은 인간의 양심을 정의 또는 불의 쪽으로 돌려놓을 힘이 있나 보다. 돈 때문에 의술을 펼치진 않겠지만 병ㆍ의원, 제약회사가 경제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정의도 힘이 있어야 승리하지만 권력을 잡은 정의가 불필요한 힘을 계속해서 휘두르는 게 더 큰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갑상샘암의 진단을 미세침 검사로는 하지 않는 의사들의 얘기는 충격을 준다. 조직검사로 암을 확진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일반인, 특히 암 진단비를 받으려는 환자들은 혼란스럽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생각해 보자.

미세침 검사는 확실한 암 진단법 가운데 하나다. 미세침 검사를 통해 ‘암일 가능성이 높다’는 확진을 받으면 보험사는 보험료를 환자에게 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보험사는 미세침 검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수술 후 확진진단서를 요구한다. 웬만하면 보험료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병원도 나쁠 게 없다. 수입이 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술을 했는데 암이 아니라면 누구 손해일까. 병원은 수입이 늘어서 좋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안 줘도 되니까 좋다. 환자는 애먼 장기를 떼어 냈으니 손해 막심이다. 이 상황이 정상인가. 실제로 떼어 내 보니 암이 아닌 경우가 20 ~30%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대한민국의 암 환자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갑상샘암은 2000년 이후 10년 만에 환자 숫자가 10배로 늘어났다. 환경오염, 부적절한 식이와 생활 습관, 유전 요인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초음파 진단기기가 동네 의원까지 확대되면서 가능해진 지나친 검사에 있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암 환자를 족집게처럼 골라 내니 암 환자가 늘 수밖에 없다는 거다.

문제는 암 진단 비율이 이렇게 높아졌는데도 사망률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암 환자가 증가했다는 건 적절한 치료를 조기 또는 사전에 받을 기회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수명을 연장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는가. 그렇지 않다. 암 사망률이 줄지 않았다는 건 이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우리의 명줄과 돈줄을 거머쥔 의료는 지독히 높은 권위의 벽으로 우리 위에 군림한다. 하지만 서민도 병원과 의원이나 의사에게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 필자는 의사들에게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암 환자 대부분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음에도 사망하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이다. 최선을 다했느냐고 묻고 싶은 게 아니다. 병원과 의사들이 암을 대하고 치료하는 현재의 의료 방식이 최상의 방법이냐고 묻고 싶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