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후 독성 자산 ‘부실화’ 우려

전문가 4人의 미국 경제 전망

2015-11-12     강서구 기자

곧 있으면 독감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또다시 기침이 시작됐다. 어쩌란 말인가. 약을 끊기도 그렇고 계속 먹기도 그렇다. 미국 경제가 딱 이런 상황이다. 올해 들어 회복세를 타는가 싶더니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또 고꾸라졌다. 미국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 4명에게 물었다.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의 터널에서 간신히 벗어나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4조 달러(약 4556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자금을 시장에 쏟아 부은 결과다. 이런 양적 완화 정책은 ‘경기회복’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10%를 웃돌던 실업률은 절반 수준인 5.1%까지 떨어졌고, 실물 경기에도 활력이 돌고 있다. 자신감을 얻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ㆍ연준)는 기준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직전 분기(3.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경제 회복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미국 경제, 어떤 방향성을 보일까.

금리 인상 후 미국 경제를 예상한다면.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센터장 “금리가 인상되면 연준이 매입한 MBS(주택저당증권) 등의 독성 자산이 부실에 빠질 공산이 있다. 하지만 이는 금리를 빠르게 인상했을 때 이야기다.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본부장 “금리 인상 이후 미국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그래서 금리 인상이 1~2번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경기선행지수 등 최근 경기지표가 하락세로 반전됐기 때문이다. 이는 실물경기의 둔화세를 예고한다.”

경기 회복세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은. 
김소영 서울대(경제학부) 교수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경기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내부보다는 외부 요인이 미국의 경기 회복세를 위협하는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중국의 경기 둔화, 유럽의 회복세를 변수로 본다.”

정용택 본부장 “노동과 물가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저유가 영향으로 미국 세일가스 기업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 구조조정이 세일가스 업체로 이어진다면 미국의 경기 회복세엔 찬물이 끼얹어질 수 있다. 미국 경제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상수지 만성 적자가 회복세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는가. 
윤지호 센터장 “미국은 기축통화국이어서 경상수지 적자가 큰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적자 만큼 돈을 찍어 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고용 늘었지만 일자리 질은…

김소영 교수 “적자 폭이 크다는 건 우려가 된다. 제조업 경기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하지만 경기 회복세를 해칠 가능성은 낮다.”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지표상 고용은 좋다. 문제는 구직과 구인 사이의 미스매치다. 이는 생각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고용을 포기하는 비경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15~29세의 청년실업도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은 악재인가. 
김두언 연구원 “그렇게 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저유가가 휘발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오름세를 억제하고 있어서 소비 경기가 반등할 것이다. 연말 쇼핑 시즌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소비가 경기를 이끌 것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