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최측근도 시장 출마할 줄 알았다
안철수, 박원순 단일화 비하인드 스토리
안철수 원장의 인상은 부드럽다. 말도 조곤 조곤한다. 그래서 그의 행동에선 자연스럽게 신중함이 읽힌다.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이 안 원장을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날을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파격적인 면이 많다. 의사에서 벤처사업가로, 다시 교육가로, 그리고 다시 대통령을 꿈꾸는 예비 대선후보로 말이다. 행동 역시 전격적으로 할 때가 많다. 신중하게 생각하다가 결론이 나오면 곧장 행동으로 옮긴다.
최근의 발걸음을 보면 안 원장의 이런 스타일이 잘 나타난다. 7월 19일 출간한 「안철수의 생각」은 원고를 넘긴 지 단 하루 만에 만들어졌고, 바로 다음날인 19일 공개됐다. 책 출간 준비를 마쳐놓고 오랜 시간 신중하게 고민했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안 원장은 원고를 넘긴 다음날인 18일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의 촬영까지 마쳤다.
안 원장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또 있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진행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단일화 과정’이 그것이다. 그해 9월 6일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이는 박근우 전 안철수연구소(안랩) 커뮤니케이션 팀장이다. 그는 「안철수 He, Story」의 저자다. 박 전 팀장은 최근 경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전했다. “기자회견 당일 아침에 안 원장의 부인 김미경 교수로부터 난생 처음 전화가 걸려왔다. 김 교수는 ‘어떻게 좀 해 달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좀 해 달라’는 말은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말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안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다. 부인은 물론 기자회견 준비팀까지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후보 양보뿐만 아니라 박 시장을 그날 만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 부인과 기자회견 준비팀 모두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여는 줄 알고 있었다. 박 전 팀장은 “박원순 시장과의 단일화는 기자회견을 준비한 나마저 몰랐다”고 털어놨다. “기자들이 내게 박원순 변호사도 함께 오냐고 묻더라. 안 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아마도…’ 라고.”
그에 따르면 당시 기자회견은 낮 12시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4시경 열렸다. 박 전 팀장은 “안 원장과 박 시장이 만난 건 오후 2시였다”고 했다. 두 사람의 단일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안 원장은 대통령감인가”를 묻자 박 전 팀장은 “그 분은 자신이 받은 혜택은 모두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고, 그것을 다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다”며 ‘신중한’ 답을 내놨다.
김성민 기자 | icarus@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