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오브 럭셔리, 그들만의 전략

브랜드의 정통성과 창의성 그리고 품격이 뒷받침 되어야

2012-06-07     이태경 기자

럭셔리 브랜드가 가지는 본연의 기능 중 하나는 고객에게 희소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LVMH로 대변되는 럭셔리 브랜드 집합 제국들의 수익 중심 경영으로 인해 럭셔리 브랜드의 목표는 가능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탈바꿈했다. 선망의 대상이 아닌 돈 많은 사람이면 누구나 몇 개쯤은 가질 수 있는 소위 '쉬운' 브랜드로 전락한 것이다.

럭셔리 업계가 뒤늦게나마 '정통성과 창의성, 품격'을 중시하는 이미지 마케팅에 돌입한 것도 럭셔리 브랜드의 정수를 지키기 위한 필연적 결과다. 즉, 갈수록 트렌디화되며 '대를 이어 소통하는 브랜드'라는 고품격 이미지를 놓칠 경우, 럭셔리 브랜드의 장기적 수명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이에따라 그들만의 고유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럭셔리 오브 럭셔리 즉, 초특급 럭셔리 제품들을 집중 배치하는 것이다. 과거 럭셔리 업계의 모토인 '소수의 고객들에게 최대의 만족' 에서 차별적 브랜드로서의 해답을 찾았다.

루이비통, 럭셔리 오브 럭셔리 아이템 집중

이 같은 고가 전략은 주도한 것은 당연히 럭셔리 제국 LVMH다. LVMH의 대표 브랜드 루이비통은 위조 명품 업체의 집중 타깃이 되어온 로고 중심의 상품 대신 1만 달러 이상의 앨리게이터 가죽백과 염소 가죽으로 라이닝한 퍼 코트 등을 집중 배치하고,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는 유통망을 정비했다.

에르메스, 럭셔리의 미래

이 같은 고가 전략 선회는 위버 럭셔리 하우스의  에르메스 모델을 차용함으로써 비롯됐다. LVMH는 지난해 논란의 여지에도 불구, 에르메스의 지분 22%를 비밀리에 인수했다. 너무 대중화된 럭셔리 업계에 위버 럭셔리의 정통을 이어가는 에르메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차용, 럭셔리 마켓 선두를 놓치지 않기 위한 방안이었다.

실제로 4000 유로에 달하는 고가의 에르메스 켈리 백은 수년간 웨이팅 리스트를 운영하고 있고 스네이크스킨 코트의 경우, 1만 유로에 달할 정도로 고가 맞춤 브랜드로서의 명성과 이미지를 지켜왔다.

이를 참조로 루이비통 또한 고객이 8종의 동물 가죽과 26개 패턴 중 직접 선택한 디자인과 가죽으로 제품을 제작, 제공하는 맞춤 서비스 라인을 진행한다. 이 제품은 파리 외곽의 제작소에서 장인들이 4~6주간 수작업으로 진행, 위조품 생산 가능성을 최소화시킬 방침이다.

소비자를 제작 과정에 연계시킨 맞춤 서비스를 통해, 럭셔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하고 고양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너무 흔해진 브랜드가 아니라 '남과 다른' 쇼핑 경험과 제품을 구입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노력으로 루이비통은 에르메스처럼 길게 늘어진 웨이팅 리스트를 내심 기대한다.

유통망 재정비, 희소성과 효율성 노려

루이비통은 운영 수익 개선을 위해 기존의 유통망을 재정비, 마진을 높이고 ‘희소성’을 강조하는 효율적 마케팅을 병행할 방침이다.

이는 유통망 확장을 멈추겠다는 극단적 조치가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가 과소비 되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마진을 높일 수 있도록 기존의 유통망을 효율적으로 재정비하고, 신규 매장을 전략적으로 ‘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LVMH는 지난해 루이비통 신규 매장을 하나도 오픈하지 않았다.  매장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브랜드 과도 노출로 소비자의 싫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에서다. 동시에 기존의 매장의 면적을 확대, 소비자에게 보다 럭셔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더 많은 선택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머천다이징을 비치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즉 유통망을 적정수로 최적화 하되 단위 면적당 매출을 최대화하는 것이 요점이다.

실제로 파리 샹젤리제나 뉴욕 피브스애버뉴, 런던 본드스트리트 등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은 임대료가 높지만 의류부터 백, 수익성 높은 가죽 소품 등을 비치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루이비통은 1000㎡ 이상의 신규 메가 스토어를 6개 오픈하고, 14개 기존 매장도 메가 스토어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시에 루이비통의 충성 고객, 혹은 맞춤 고객의 경우 기타 소비자들과 맞닥뜨리지 않은 독립된 살롱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차별적’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선 루이비통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