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실은 특종이 말이지…
크랭크 인 | 특종: 량첸살인기
2015-10-20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이를 알리 없는 보도국은 후속 보도를 기다리고, 경찰은 사건의 취재 과정을 밝히라며 무혁을 압박한다. 특종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목격자까지 등장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번지고, 심지어 무혁이 잘못 보도한 내용대로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의 주인공은 사건ㆍ사고를 찾아다니는 기자 허무혁이다. 그는 자신의 회사에 광고를 주는 스폰서 회사의 비리를 방송한 이후 회사 내 입지가 좁아진다. 설상가상으로 해고 위기를 겪고, 아내와의 불화도 깊어진다. 이런 와중에 우연히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연쇄살인범에 관한 제보전화를 받는다. 그는 이것이 자신을 살릴 수 있는 특종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잠입취재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보도국장도 다른 매체보다 한 발 빠른 취재를 인정, 무혁의 기사를 방송에 내보낸다. 연쇄살인범 특종으로 완전 대박을 터뜨린 무혁의 주가는 연일 치솟지만 후속 특종에 대한 압박도 받게 된다. 하지만 무혁은 취재를 하면서 자신의 특종이 오보인 것을 알게 되고,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존재감을 뽐낸 ‘납득이’ 역으로 2012년 청룡영화상 신인 남우상을 거머쥐며 충무로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조정석. 탄탄한 연기력과 친근하고 인간적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조정석은 이번 영화에서 의도치 않게 벼랑 끝에 내몰린 ‘허무혁’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간다.
여배우 이미숙은 보도국을 지휘하는 데스크 ‘백 국장’을 맡아 엄청난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한다. 이하나는 이전의 사랑스런 모습과 상반된 현실적인 아내 ‘수진’을 연기하며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백 국장의 오른팔인 ‘문 이사’ 역에는 ‘관상’ ‘암살’ 등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인 김의성이 맡았다.
연출을 맡은 노덕 감독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사건의 얼개를 치밀하게 구성했다. 또한 상황에 휘말리는 주인공을 이해시키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나리오에 가미했다. 노 감독은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것보다 그 안에 함축돼 있는 진실과 거짓을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남부러울 게 없는 방송기자도 평범한 소시민이자 월급쟁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기자가 전하는 사건의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건을 받아들이는 시민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백 국장의 대사처럼 이 영화는 언론과 기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유쾌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를 극장에서 만나 보길 권한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