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옐런 “늑대가 온다고요?”

연내 금리 인상 불가론 솔솔

2015-10-20     강서구 기자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ㆍ연준)의 계획에 제동이 걸리는 듯하다. 연준 핵심 인사들이 “금리 인상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중국발 경기둔화 리스크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던 연준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이사들의 발언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연내 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엇갈린 의견에 금융시장은 혼선을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는 연준 이사들의 발언에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국제 금값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발표된 지난 8일(현지시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10월 8일 온스당 1144.70달러이던 국제 금값은 14일 1180.10달러를 기록하며 4거래일 만에 3% 이상 상승했다. 금리 인상 불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값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상 연기 가능성에 포문을 연 것은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이다. 피셔 부의장은 지난 11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금융전문가그룹 G30의 국제 금융세미나에 참석, “첫 금리 인상 시점과 연방 기준금리 목표 조정은 향후 경제의 진전 상황에 달려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저유가에서 기인한 투자 감소, 일자리 증가 둔화 등으로 세계시장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금리 인상은 예상일 뿐 약속이 아니다”고 말해 금리 인상 연기 가능성의 불씨를 지폈다.

문제는 피셔 부의장의 발언이 연내 인상 방침을 밝혀 온 재닛 옐런 연준 의장에 반대되는 의견이라는 점이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을 수차례 밝혀온 옐런 의장은 지난 9월 24일 열린 미국의 대학 강연에서도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FOMC 위원들은 올해 후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면서 “그후 추가 금리 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을 주장한 건 9월 금리 동결의 원인이던 중국발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내 금리 인상 기조를 뒤흔드는 변수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우선 고용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다. 9월 미국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는 시장의 예상치인 20만1000명을 크게 밑도는 14만2000명을 기록했다. 2008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국 소매판매 기대치 밑돌아

게다가 17만3000명 증가한 것으로 발표된 8월 신규 취업자 수도 13만6000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저유가 지속으로 인한 제조ㆍ석유업체 등의 고용 감소가 원인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비경기도 위축된 모습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소매판매가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등 8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가솔린 판매 감소가 소비경기 둔화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고용 정체와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는 연준 이사들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대니얼 터룰로 연준 이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와 임금이 올라가는 시그널이 없으면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을 지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에너지 가격과 달러 강세가 인플레이션을 누르고 있어 미국 경제가 상당히 불확실하다”면서 “ 올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힘들 듯하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도 미국 경기 둔화와 해외 리스크를 이유로 금리 인상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자 금리 인상 불가론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연준이 글로벌 경제보다 자국의 경제 상황을 우선시 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과 최대한 명백하게 소통하겠다는 연준의 방침과 달리 모호한 발언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는 연준의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