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 빛과 소리의 ‘메신저’
크랭크 인 | 마리이야기 : 손끝의 기적
2015-08-28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도 손끝으로 교감할 수 있는 세상이 있을까. 빛도 소리도 없는 세상에 갇힌 ‘마리(아리아나 리부아)’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수도원에 온 마리를 본 순간 그녀의 따뜻한 영혼을 느낀 수녀 ‘마가렛(이자벨 까레)’은 마리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생을 바쳐 돕기로 결심한다.
장애를 가진 소녀와 그녀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일생을 바친 수녀 마가렛의 우정을 그린 영화 ‘마리이야기: 손끝의 기적’. 이 영화는 19세기 말 프랑스 ‘푸아티에’ 지방에 있는 ‘라네이(Larnay)’ 수도원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감독 ‘장 피에르 아메리’는 헬렌 켈러의 유년기를 그린 영화 ‘미라클 워커(1962년)’를 본 이후 큰 감동을 받았고 헬렌 켈러에 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20세기 초에 쓰인 ‘루이 아놀드’의 「A Soul in Prison」이라는 책을 접하게 된다. 이 책은 프랑스 푸아티에 지방의 라네이 수도원에 있던 시청각 장애아를 소개한 것이었고 감독은 책에 소개된 ‘마리 외르탱’이라는 인물에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수도원을 찾아 온 마리. 풀어헤친 머리에 눈도 안 보이고 귀도 들리지 않는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나무에 올라가고, 수녀들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원장 수녀는 청각 장애아를 가르치고 있지만 시각장애까지 가진 마리를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런 그녀를 측은하게 생각한 수녀 마가렛은 눈과 귀를 막은 상황이 지옥 같다는 것을 느낀다. 마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한 마가렛은 그녀를 수도원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반항심과 적개심으로 가득 찬 마리를 목욕도 시키기 힘든 상황. 게다가 야생 동물 같은 그녀의 몸짓은 마가렛 수녀를 매일 지치게 만든다. 마리와 사투를 벌이며 전쟁 같은 하루 하루를 보내지만 바뀌지 않는 마리의 모습에 절망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마가렛은 마리가 좋아하는 주머니칼을 손에 쥐어주고 두 손가락을 자르는 수화를 하루 종일 반복한다. 그때 마가렛이 ‘칼’을 뜻하는 수화를 반복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마리가 그 수화를 따라하게 되고 그녀의 변화가 시작된다. 마가렛 수녀의 사랑과 헌신에 마음의 문을 연 마리는 놀라운 열정과 의지로 수화를 익혀 나가고 사물과 수화의 관계를 깨닫게 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기적을 이뤄낸다.
마리 역을 맡은 ‘아리아나 리부아’는 실제 청각 장애인이다. 감독은 프랑스 국립농아학교에서 공부 중이던 그녀의 신선한 존재감에 매료돼 주연으로 발탁한다. 아리아라 리부아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 채 어둠에 갇힌 소녀 마리를 완벽하게 연기해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는다. 영화 ‘마리이야기’는 사람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