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이냐 위안화 세우기냐, 만만디 전술에 금융시장 ‘출렁’

中 위안화 절하에 숨은 전략

2015-08-18     강서구 기자

국제금융시장이 위안화 평가절하의 속뜻을 찾아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부진에 빠진 수출을 살리기 위한 경기부양책’ ‘위안화를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고도의 전략’ 등 수많은 주장이 혼재돼 있다. 중요한 건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가 ‘환율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의 의미를 살펴봤다.


글로벌 환율전쟁의 서막일까. 부진에 빠진 수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방안일까.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바라보는 의견이 분분하다.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은 이미 예견돼 왔다. 중국 국무원이 7월 24일 ‘수출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의견’이라는 성명을 통해 “위안ㆍ달러 환율 변동폭을 확대하고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달러ㆍ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22위안으로 고시했다. 직전 고시환율인 6.11위안보다 1.86%포인트 절하된 것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0.7%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위안화 평가절하 영향은 만만치 않았다. 국제금융시장은 위안화 절하의 충격으로 출렁였다. 지난 11일 미국의 나스닥 지수는 5036. 79포인트를 기록하며 65.01포인트 하락했다. 다우산업지수는 212.33포인트 떨어진 1만7402.84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코스피지수는 8월 11일 2003.17포인트에서 16.52포인트 내린 1986.65포인트로 마감해 103거래일 만에 2000포인트선이 무너졌다.

시장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중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8.3% 감소했다. 3월 -15.0%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특히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자국의 체력에 맞는 환율을 찾아 가고 있는 것”이라며 “수출 부진이 기업의 이익 감소와 고용감소로 연결돼 내수부양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글로벌 환율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수출 경쟁력 상승은 주변국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서다. 시장에서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하반기에 예정된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환율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미국을 제외한 모둔 국가의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이 위안화 절하에 따른 글로벌 통화의 약세 가능성을 지나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의 평가절하에 크게 동요할 필요는 없다”며 “위안화가 4~5% 절하된다고 전세계 경제가 이상해지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추가 절하 가능성 있어

허문욱 KB투자증권 센터장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환율전쟁이 아닌 경기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각국의 통화 정책 역시 경기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에 따른 단기적 불안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가 경기회복인 만큼 중장기적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는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위안화 절하로 중국이 수출경쟁력을 가지면 국내 수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경제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 중국경제가 활성화되면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허문욱 KB투자증권 센터장은 “경쟁 관계에 있는 수출 품목 가운데 ITㆍ조선 등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수출 분야도 많다”며 “수출품의 주도권이 누구한테 있는지를 섹터별로 나눠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추가적인 평가절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익재 선터장은 “소폭의 조정이 계속될 가능성은 크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위안화의 가치는 달러당 6.8위안으로 절하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급격한 평가절하는 외환 보유고의 유출을 야기하고 금융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위안화 평가절하의 이유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통화 편입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IMF가 SDR 편입을 위해 요구한 ‘환율 시장화’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윤지호 이베트스트투자증권 센터장은 “중국은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평가절하는 위안화의 가치를 시장 가격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중국의 이번 위안화 절하 조치는 위안화를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변동폭 확대 테스트로 봐야 한다”며 “정부가 환율에 개입한 것은 지난 11일 하루였다”고 말했다.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가 고시환율과 시장환율의 차이를 축소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정부가 수출 부진 때문에 위안화를 건드리진 않았을 거라는 주장이다.

SDR 편입 위한 포석인가

전 소장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기여도는 5%에 불과하다”며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면 소비와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나라는 아직 많지 않다”며 “위안화 절하는 수출 경쟁력 확보가 아닌 위안화의 통화 지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도 크다. IMF의 SDR 편입과 위안화 통화 지위 상승을 위해서는 달러와 비슷한 수준의 환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 소장은 “미국은 지속적으로 위안화의 절상을 요구했다”며 “9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있어 계속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