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SPA ‘안방’서 자라ㆍ유니클로에 도전장
국내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대반격
패스트패션(SPA) 브랜드의 행보가 거침 없다. 한 때 패션시장을 점령하던 ‘후아유’ ‘지오다노’ ‘베이직하우스’와 같은 내셔널 브랜드의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SPA 브랜드의 강세 현상은 국내시장에서 더 두드러진다. 유니클로, 자라, H&M으로 대표되는 3대 SPA 브랜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상품과 트렌디한 디자인,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대가 이들의 비밀병기다.
2005년 한국에 진출한 유니클로는 2008년 매출액이 726억원에서 지난해 3280억원으로 4.5배 늘어났다. 2008년 한국에 상륙한 자라 역시 최근 3년간 매출액이 연평균 75.2%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보다 25% 증가한 1673억원이었다.
지난해 SPA 브랜드 사상 최초로 백화점(신세계백화점 인천)에 입점한 H&M은 명품급 브랜드만 가능한 한 자릿수 수수료를 내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아닌 일반 브랜드는 대부분 35~40% 수수료를 백화점에 낸다. H&M의 2011년 매출액은 632억원으로 전년비 69.4% 성장했다.
글로벌 SPA, 한국시장 장악
이유는 간단하다. SPA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가격이 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획에서부터 생산까지 직접 운영하는 대량생산 방식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국내 패션업체 중 대량생산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거의 없다.
국내 소비자의 왜곡된 인식도 토종 SPA 브랜드의 성장을 막고 있다. SPA 브랜드의 장점은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다는 것이다. 해외 소비자는 SPA 브랜드의 상품을 살 때 원단•소재의 품질을 먼저 본다. 국내 소비자도 글로벌 SPA를 구입할 땐 같은 성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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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조건을 뚫고 성장을 거듭하는 토종 SPA가 있다.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와 이랜드의 ‘미쏘’가 대표적이다. 2012년 2월에 론칭한 에잇세컨즈는 불과 88일만에 명동, 현대 신촌점, 디큐브시티 등 총 4개 매장에서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이랜드의 30년 패션 기업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탄생한 미쏘는 지난해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20여개 매장을 추가로 출점해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두 토종 SPA의 성장전략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에잇세컨즈는 유니클로, 자라, H&M의 구매고객 비중을 면밀하게 살핀 후 틈새를 찾았다. 유니클로의 경우 구매고객 중 60% 이상이 남성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디자인 제품이 잘 팔린다. 자라와 H&M은 구매고객의 70% 이상이 여성이다. 유행을 반영한 제품이 많이 팔린다.
에잇세컨즈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잡는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먼저 20~30대 여성이 선호하는 트렌디한 상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남성 라인에는 베이직한 캐주얼 의류를 배치했다.
이를 통해 에잇세컨즈는 유니클로, 자라, H&M의 약점인 구매고객 성별 편중 현상을 극복했고, 안정적 매출의 발판을 만들었다.
매장 인테리어도 기존 SPA 브랜드와 다르게 했다. 쇼핑에 지친 소비자에게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매장마다 평균 15석의 소파나 의자를 비치했다. 매장 내 거울 역시 타 매장 대비 3배 많은 수량을 설치했다. 특히 명동 매장은 7m 높이의 벽면을 정원처럼 만들어 소비자가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글로벌 시스템으로 무장한 ‘미쏘’
미쏘는 기획에서부터 생산단계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격뿐만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의 니즈를 신속하게 따라잡기 위해서다. 이런 전략으로 트렌드와 가격 면에서 자라와 H&M을 압도하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또 하나의 성공 포인트다.
미쏘 관계자는 “트렌디하고 저렴하면서도 신선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국내 패션 기업도 해외 SPA 브랜드에 맞설 충분한 기술력과 감각을 갖추고 있다”며 “체질을 개선하고 고객 니즈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글로벌 SPA 브랜드를 조만간 능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잇세컨즈는 2014년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미쏘도 해외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품질과 가격면에서 글로벌 SPA에 뒤질 게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토종 SPA 브랜드의 반격이 시작됐다. 준비는 이미 끝났다.
이태경 기자 dalki319 @ thescoop.co.kr | @ itvfm.co.kr